연임에 성공한 강정원 국민은행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변신’과 ‘응집’이다. 국민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는 28일 강 행장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선정하고 통합 2기와는 다른 모습을 요구했다. 지난 3년간 내실만 다졌다면 앞으로 3년 간은 적극적인 외형성장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해외 진출과 비(非)은행사업으로의 다각화, 지주회사 전환 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해달라는 것이다. 강 행장이 외형성장이라는 ‘변신’에 성공하려면 우선 ‘응집’에 주력해야 한다. 통합1ㆍ2기에서 달성하지 못한 조직의 응집을 위해서는 내부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필수다. 직원들은 통합3기에는 은행장이 조직의 신뢰를 응집시키는 정점 역할을 맡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 직원들의 뜻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라=강 행장은 지난 2004년 통합2기 국민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조직의 통합’과 ‘고객만족도’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강 행장은 2,000명에 달하는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한 지붕 세 가족’이었던 옛 국민은행ㆍ주택은행ㆍ국민카드 노조를 통합했다. ‘바쁘고 불친절한 은행’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3단계 로드맵을 설정, 고객만족도를 최하위에서 1등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통합 노조는 개별 노조위원장 3명이 공동으로 이끌어가는 형식적 통합에 그쳤고 외부고객의 만족을 높이기 위한 업무분리제도(SOD)는 직원들의 불만을 샀다. 통합3기에는 내부 고객인 직원들의 통합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 시급하다. 최근 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강 행장의 리더십과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과장급 이상 지점장의 절반가량은 국민은행이 리딩뱅크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또 과장ㆍ점포장ㆍ팀장들의 80%가량이 강 행장의 연임에 반대했다. 곽노은 노조 정책실장은 “직원들은 추진력과 리더십을 겸비한 CEO를 원한다”며 “강 행장은 지난 3년간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연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형성장에 앞서 내부 조직의 결속이 우선”이라며 “대화를 통해 내부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직원들의 신뢰와 믿음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주회사 전환 등 변신에 주력=통합3기 국민은행은 통합2기와는 달리 발 빠른 변신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행추위는 통합3기의 주요과제로 통합2기에서 이룬 체질강화와 내실경영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성장 추구를 제시했다. 강 행장은 행추위가 요구한 해외진출과 비은행사업 다각화, 지주회사체제 전환 등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우선 증권업 진출을 위해 ‘인수’ 또는 ‘신설’ 카드 가운데 하나를 택하고 카드사업 분사, 손해보험사 인수 등을 통해 금융그룹의 모습을 갖춰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3년간 국민은행이 신중한 태도로 때를 놓쳤다는 지적이 많다.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시장의 지배적 위상을 굳히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증권사 인수나 해외진출 등도 늦었다는 지적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강 행장이 연임을 통해 이사회의 신임을 받은 만큼 지주사 전환과 증권사 인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며 “2004년과는 상황이 다른 만큼 적극적인 공략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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