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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 속 세밑 표정 '빈익빈 부익부'

복지시설 '썰렁' 고급술집·명품점 '북적'

"예년 연말엔 따뜻했는데 올해는 유독 힘드네요." "다들 어려워 하는데 덩달아 위축되면 안되겠죠." 거리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퍼지고 시민들은 따스한 온정을 나누던 연말 분위기가 올해에는 심각해져만 가는 경기불황의 여파 속에 잔뜩 위축됐다. 불황에 가장 예민한 서민층이 압박을 받자 소외계층을 돕겠다는 구호의 손길도줄어들고 서울 시내 거리로 나온 노숙자들의 수도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불황을 모르는 일부 고소득층은 예년과 다름없이 대형 룸살롱이나 나이트클럽 등에서 송년모임을 여는 등 화려한 연말 분위기를 내고 있어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 `온정의 손길' 찾기 힘들어 = 전국의 보육원과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은 연말이면 찾아오던 기업체 등의 기부금이나 정기 후원금 등이 끊겨 어느 때 보다 쓸쓸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23일까지 성금 628억원이 모였지만 대부분 대기업에서나온 돈이었고, 중앙회를 제외한 전국 16개 지회는 목표 모금액인 478억의 22%밖에되지 않는 107억을 모금한 상태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불황의 여파로 대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성금을 내는 곳이거의 없다"면서 "어렵더라도 일반인들이 조금 더 불우이웃들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보육시설은 1년 후원금의 30%를 연말 비정기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기부자들의 발길이 끊겨 시설운영비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었고,경기 부천의 G양로원도 올들어 비정기적인 기부금이 끊기긴 마찬가지였다. 경기도 의왕시의 한 보육원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성탄절이 다가오면 간혹선물 등을 들고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있었는데 올해는 방문객의 발길이 거의 없는상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시내 거리로 나온 노숙자들의 수도 심각한 수준이다. 올 12월 현재 서울시가 파악한 거리 노숙자는 680여명으로 500여명 수준인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많이 늘어난 수치다. ◆ 부유층은 연말 분위기 `흥청망청' = 경기침체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일부 부유층들은 이번 연말에도 나이트클럽이나 룸살롱, 백화점 명품관 등지에서 화려한 소비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나이트 관계자는 "연말이 되자 목.금.토요일은 오후 9시만 돼도 룸을 포함한 300여개 테이블에 손님들이 꽉꽉 들어찬다"면서 "중소 클럽은불황의 영향을 받겠지만 대형업소들은 지금이 진짜 장사철"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사가 잘되면 자연스럽게 기본 테이블 값으로 물어야 하는 양주 및 안주의 수도 늘어나는데 젊은 대학생들보다는 구매력있는 손님들이 많아서 그런지 거부감없이 매상을 올려주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강남권의 대형 룸살롱들도 12월 중순이 넘어가자 송년회를 맞은 부유층 단골들이 가격조건에 별 상관없이 예약문의를 해와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대형 백화점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매출이 감소하고 있지만 돈 지출이 많은 `우수고객'들은 줄지않고 있다. 서울 중구의 모 백화점 관계자는 "대형 백화점 역시 불황의 영향으로 매출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어려운 실적 속에도 VIP 고객들은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cimink (서울=연합뉴스) 안 희.김병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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