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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R) 기술 덕분에 또다시 주목받는 게임분야(네오위즈 사진은 별도로 승인)
우리 생활을 점점 바꿔놓은 가상현실 기기들
상상이 현실화되면서 5년내 시장규모 1,500억 달러 성장
착용감 아직은 무겁고, 회전지연을 일정수준 올라서, 몰일감은 여전히 갈길 멀어
‘학교 교실에 앉아 파도타기(서핑)를 배우고, 한 여름에 눈 덮인 설원에서 스키를 탄다.’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 기술이 이미 바꿔 놓은 우리 생활 속 모습이다. 특히 이런 VR 기술을 활용해 게임사들이 본격적으로 연구개발에 돌입하며 점차 신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게임즈 등 10여곳의 게임사들은 온라인게임에 VR기술을 적용해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는 VR시장의 선두주자인 미국 오큘러스의 리프트(머리에 착용하는 헤드셋 형태로 PC를 활용하는 VR기기)가 내년 초 한국에 출시되는 등 VR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AI(인공지능)랩을 통해 VR기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네오위즈게임즈는 온라인 신작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인 ‘애스커’에 오큘러스 리프트를 지원키로 했다. 게임 이용자는 PC에 VR기기를 연결하고 헤드셋을 착용한 뒤 VR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오큘러스VR코리아 측은 “많은 게임사들로부터 R&D를 위한 지원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대형 쇼핑몰 ‘웨스트필드’에서 인기 모바일게임 ‘앵그리버드’를 가상현실 게임으로 만들어 시연 중이다. 삼성전자의 ‘기어 VR’을 머리에 쓰면 게임 속 새를 쫓아 실젤 날아가는 듯한 화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값비싼 3D(입체) TV가 없이도 실감나는 3D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이다.
심수민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관광과 의료, 군사, 교육,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특히 게임분야에서 가상현실 기술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힌다”며 “아직 연간 20만대 수준인 VR기기 판매량은, 5년 뒤면 수천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 게임개발사 밸브는 VR게임 전용 플랫폼을 준비하고 타이완 HTC와 전용기기를 공동개발하는 등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쇼 ‘E3 2015’에서 VR기술은 가장 큰 관심을 끌었는데,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는 E3에 앞서 VR 선도 업체인 오큘러스와의 제휴를 발표했다. MS의 콘솔게임기 ‘엑스박스 원’과 오큘러스의 VR기기 ‘오큘러스 리프트’를 호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년 출시되는 오큘러스 리프트를 이용해 엑스박스 원에서 구현되는 ‘헤일로5’ 등의 게임을 내놓기로 했다. 소니는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에서 구현되는 VR기기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내년 상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E3에서도 소니가 제공하는 VR세계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트레일러 4종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디즈니사가 비디오게임에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제임스 피타로 디즈니 인터액티브 사업부 사장은 외신 인터뷰에서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에 가상현실을 적용하는 것은 우리가 검토했던 방안 중 하나”라며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로 알려진 차세대 플랫폼에서 구현될 특화된 신규 게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상현실의 몰입도를 좌우하는 VR 헤드셋의 핵심 기술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헤드셋 착용감과 회전 지연(latency), 영상 선명도(화질) 등이 좋아야 하는데,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몰입도를 끌어 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VR 헤드셋은 더 작고 가벼워져야 한다. 오큘러스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는 경쟁사를 의식해 소비자용 제품의 무게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오큘러스 VR 헤드셋의 모바일 버전인 삼성전자의 ‘기어VR’는 장시간 착용이 가능하도록 후속 버전을 개발 중이다. 영상의 선명도(화질)는 가상현실의 몰입감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화질은 1초당 몇 장의 프레임(화면)이 재생되는지를 뜻하는 ‘화면 주사율(persistence)’과 디스플레이 해상도 등에 의해 결정되는데, 화면 주사율은 최소 75㎐(1초당 75프레임 재생), 디스플레이는 풀HD(1920×1080) 이상 돼야 멀미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사용자가 가상현실 안에서 고개나 몸을 움직일 때 화면이 실시간으로 따라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 오차를 뜻하는 회전 지연 기술은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이다. 이 시간이 0.02초(20밀리세컨드) 이상 걸리면 사용자에게 잔상이나 멀미감을 유발하는데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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