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40조 원을 돌파했다. ‘초저금리·월세 시대’로 은행에서 싼 값에 돈을 조달해 빌라를 신축하거나 오피스텔 등을 매입하고 높은 임대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 사업이 활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부동산을 제외한 전반적인 경기가 악화하면서 은행의 제조업 대출 증가 폭은 1년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31일 한국은행은 ‘2·4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을 통해 “지난 분기 말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 잔액이 141조 8,0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올해 예산(375조 4,000억원)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1·4분기 말보다 6조 6,000억원 급증한 것으로 증가폭은 2008년 2·4분기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컸다. 1년 전에 비해서는 21조 3,000억원이 늘었다.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은 은행, 저축은행 등 예금을 취급하는 금융회사가 가계가 아닌 기업(개인사업자 포함)에 빌려준 자금이다.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이 크게 불어난 것은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1.5%로 내려가고 부동산 임대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및 임대업 사업자는 빌라신축이나 부동산 매입을 위해 대출을 받아도 이자 부담이 크지 않다. 반면 월세가 일반화되면서 부동산을 임대할 경우 올릴 수 있는 수익은 점점 커지고 있다. 또 부동산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추후에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하면 시세 차익도 얻을 수 있다.
은행도 거리낄 게 없다. 당장 눈에 보이는 담보가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돈을 빌려줄 수 있다. 중국 경기 불안 등으로 국내 경기도 휘청이면서 제조업 대출이 불안하던 차에 부동산 및 임대업은 은행 입장에서 안정적인 대출처다. 실제 예금취급기관의 제조업 대출 잔액은 2·4분기 말 현재 318조 6,000억원으로 전 분기 보다 2조 7,000억원 불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 폭은 2013년 4·4분기(3조 8,000억원 감소) 이후 최소로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 증가폭(6조 6,000억원)의 반도 안됐다. 건설업 대출 잔액도 40조 3,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오히려 2,000억원 줄어들었다.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이 급증하면서 전체 산업대출 잔액도 사상 처음으로 900조원을 돌파했다. 2·4분기 말 현재 911조 8,000억원으로 1·4분기 말보다 12조 3,000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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