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그 어퍼컷 한 방 제7보(117~153) 흑19는 당연한 반발. 가뜩이나 모자라는 판에 이곳을 백에게 넘겨줄 수는 없는 일이다. 박영훈도 이 반발을 각오하고 있었다. 초읽기의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박영훈은 흑진을 효과적으로 유린할 수 있는 방법을 요모조모로 연구했다. 우선 24의 자리에 뚝 끊는 수는 어떨까. 그것이면 흑은 참고도의 흑2로 반발할 것이 뻔하다. 그때 백3으로 들여다보고 5로 움직이는 수가 성립된다면 백의 성공이겠지만 흑6 이하 16으로 백이 망하게 된다. 그렇다면 수순을 바꾸어야 되겠군. 박영훈은 우선 실전보의 20부터 두기로 했는데…. 여기서 송태곤의 초강수가 터졌다. 잽을 먹이려는 상대의 겨드랑이에 꽂힌, 혼신의 힘을 다한 어퍼컷 한 방. 흑21. 여기서부터 박영훈의 비극은 시작되었다. 졸지에 허를 찔린 그는 백22 이하 42로 암중모색을 해보았지만 아무 수단도 생기지 않았다. 뒤늦게 44로 중앙의 흑 4점을 잡았지만 이미 승부는 뒤집혀져 있었으니…. 백20으로 가만히 24의 자리부터 움직였더라면 아직은 승패불명이라는 이세돌의 지적이 있었다. “이런 바둑을 지는 일도 있군.” 복기를 마치고 일어서면서 박영훈이 뇌까린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송태곤은 미안한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153수이하줄임 흑불계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3-2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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