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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경제의 노예/양수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로터리)

경제문제를 분석할 때 고지식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든 경제현상을 감안하고자 하면 복잡한 여러가지 세부현상의 숲에서 길을 잃고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분석의 목적에 따라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그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가상의 현실을 설정하여 사용한다.중요치 않다고 생각되는 여러 현상을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가정하여 용감하게 단순화시켜 버린다. 이러한 모델의 한 유형으로 폐쇄경제모델이라는 것이 있다. 한 나라가 세계경제속에서 존재하고 다른 여러나라와 수출과 수입, 상호투자 등 국제거래를 함에 따라 현실경제는 매우 복잡하게 작동한다. 이와 같은 복잡성을 우회하기 위해 아예 외국과의 거래가 일체 없고 각종 경제활동이 순전히 내국민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다. 이 모델은 경제현상의 분석을 매우 단순화시켜주는 장점이 있어서 자주 활용된다. 그러나 큰 문제가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 대외경제 관계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는 경제현상은 거의 하나도 없고 따라서 폐쇄경제모델은 경제분석을 오도하는 것이다. 경제모델링은 경제학자들만의 관습이 아니다. 자기자신, 자기집안, 자기회사 혹은 자기나라의 경제문제를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경제분석을 하고 있는 것이며 또 그러다보니 그 나름대로 부지불식중에 경제모델을 설정하여 활용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경제문제를 생각하는 사람 모두가 경제모델의 노예가 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폐쇄경제모델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대명천하에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위를 살펴보자. 최근의 노동법개정 파동속에서 나타난 행태를 보자. 국제경쟁이야 어떻게 되든 최대한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던 사람들, 이들 모두가 폐쇄경제모델의 노예가 아니었던가. 또 민간의 창의성이 국제경쟁력의 가장 근본적인 결정요인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만이 애국자이고 자기만이 제일 잘 안다는 독선에 의해 민간부문을 지도하고 감독하며 규제하려하는 많은 공무원들, 아직도 외국기업의 진입을 막아 국제경쟁을 차단함으로써 비능률의 온상속에서 안주하고자 하는 국내 금융기관들, 경기가 하강할 때마다 자구책을 찾기보다 정부에 부양책을 요구하는 일부 기업인들, 이들 모두가 페쇄경제모델의 노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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