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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훈련기」 사업 물거품 위기
입력1996-12-10 00:00:00
수정
1996.12.10 00:00:00
한상복 기자
◎91년부터 추진… 기본설계 등 이미 완성 불구/“막대한 예산에 시장불투명” 재경원 지원꺼려/내년 「KDI연구」 발표까지 “개발보류” 불가피1조4천억원에 이르는 개발비를 들여 오는 2004년부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던 한국형 고등훈련기(KTX―2) 개발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91년부터 추진돼 이미 기본설계가 끝나 시제기개발을 앞두고 있는 이 사업이 무산될 경우 주력업체인 삼성항공을 비롯한 항공제작업체에 엄청난 경영상의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9일 관계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원은 고등훈련기개발사업이 막대한 예산이 드는데다 시장성도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이 사업에 대한 내년도 예산을 올해 (1백17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60억원으로 책정, 이 사업의 추진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이와함께 재경원과 국방부·통산부·과학기술처등은 고등훈련기 사업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용역을 의뢰했으며 내년 3월께 결과가 나오면 정부입장을 최종 정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산군용기개발」을 내걸고 시작된 이 사업의 추진이 당분간 보류돼 사업의 계속성 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KTX2 개발사업은 탐색설계를 거쳐 올 1월부터 시제품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사업주체인 정부가 개발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업계의 입장과 『개발항공기의 판매로 이익을 얻게 될 기업도 소요경비를 분담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맞서 추진이 줄곧 늦춰져왔다.
삼성항공을 비롯한 항공업체들은 『KTX2 사업이 늦춰질수록 그동안 한국형 전투기(KFP·F16 국내조립) 사업 추진과정에서 획득한 항공기 설계·생산기술이 사장돼 차세대 전투기개발사업이 지연되고 오는 2005년 「세계 10대 항공국」으로 도약한다는 정부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고등훈련기 사업의 조속한 수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이미 9천9백억원이 투입된 KFP 생산시설이 사업의 종료와 동시에 KTX2 제작설비로 곧바로 이용되지 못하고 묵히게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고등훈련기 사업은 국방부가 미 록히드마틴사로부터 F16 전투기를 구매하는 대가로 설계기술을 이전받아 국산화한다는 목표로 추진돼왔다. 현재까지 모두 4백38억원이 소요됐고 앞으로 미록히드사가 부담하게될 2천억원을 제외하고 우리측에서 총 1조2천억원을 투입하도록 돼있다.
업계는 특히 국방부가 최근 미국으로부터 T38 고등훈련기 30대를 5년간 임차키로 합의하자 KTX2 사업이 물건너간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삼성항공 관계자는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항공업계가 기존의 KFP생산·연구 인력과 KTX2 개발인력 등 약 3천4백명에 이르는 전문인력을 놀리면서 엄청난 인건비를 지불해야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KTX2사업에 20% 투자를 약속한 록히드가 계속되는 사업지연으로 공동개발 참여및 기술지원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촉구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KDI의 연구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개발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희중·한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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