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사 간 기업공개(IPO) 물량 유치경쟁이 과열되면서 인수수수료 덤핑 현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25일 현대오일뱅크 대표 주관사로 선정된 우리투자증권은 인수대가로 총 공모금액의 0.5%를 받기로 계약했다. 이는 지난해 최대 규모의 IPO업체였던 삼성생명과 대한생명(1%)의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의 공모금액 규모가 각각 4조9,000억원, 1조8,000억원이었고 업계에서 예상하는 현대오일뱅크의 총 공모금액이 1조7,000억원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공모물량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수수료는 대폭 내려간 셈이다. 통상 업계에서는 대형 상장기업은 1~2%, 중소형 상장기업의 경우는 3~4% 정도를 인수수수료 기준치로 잡고 있었으나 최근 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며 파격적인 수수료를 제안하는 것은 예사가 됐다. 이달 공모주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GS리테일의 경우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대표 주관사를 맡았는데 수수료율이 고작 1.2%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공모금액이 2,772억원에 불과하지만 수수료는 공모금액이 수조원에 이르는 기업들과 큰 차이가 없다.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공모가 예정된 중소형 업체 가운데 인터지스와 원익머티리얼즈ㆍ동아팜텍 등도 수수료율이 2.3~2.5%에 그쳐 3%를 밑돌았다. 씨유메디칼시스템과 시큐브의 주관사들은 간신히 3% 수수료에 턱걸이했다. 수수료 덤핑 현상은 외국계 회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화풍집단ㆍ동아체육 등 한때 7% 수준까지 치솟았던 인수수수료는 최근 중국 고섬 사태 등으로 한동안 외국계 기업의 상장이 뜸함에도 불구하고 3~4%까지 떨어졌다. 증권사들이 이렇게 IPO 저가수주 경쟁에 나서는 것은 더 큰 회사, 더 많은 회사의 IPO를 주관할수록 앞으로 공모시장 선점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최근 들어 IPO시장에서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추세적인 IPO 수수료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대형 증권사 IPO담당 임원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밀어붙이기식 입찰에 나서는 증권사들이 많은데 현재 수수료 수준은 너무 낮다고 본다"며 "특히 외국계 기업의 경우 출장ㆍ인력 등 비용이 더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3~4%대 수수료를 제안하는 증권사들도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른 대형 증권사 IB본부 임원은 "IPO 주관회사를 선정할 때 객관적인 평가가 쉽지 않으니 그동안의 인수기업 수와 대어급 물량 인수 경험 등으로 실력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연말이 될수록 각 증권사의 주관실적을 집계하는 리그테이블 발표를 앞두고 대부분의 증권사가 실적관리에 나서면서 수수료 덤핑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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