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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충전기 등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라이프21코리아 이홍우 사장의 얼굴에는 요즘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다른 기업들은 환율에다 고유가로 수출이 안돼 잔뜩 울상을 짓고 있다지만 이 사장은 대규모 계약이 연거푸 성사되는 행운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주 말 수출제품 1차 선적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이 사장은 “지난 5월 베이징 전시회에 참가한 뒤 후속 해외마케팅 활동은커녕 바이어와의 접촉도 어려웠다”면서 “최근 KOTRA 수출지원단의 도움으로 대규모 계약을 맺는 등 숨통을 트게 됐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퇴직 수출노병이 화려하게 부활해 중소기업의 수출 물꼬를 트고 있다. 전직 상사맨들로 구성된 KOTRA 수출지원단은 출범 50일째를 맞아 국내 중소기업 곳곳에서 맹활약하며 잇따라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이달 10일 기준으로 계약직전 단계에 이른 기업만도 10여개사에 수출 500만달러를 넘보고 있을 정도다. 하나같이 퇴직 상사맨들이 온몸으로 부딪쳐 일궈낸 값진 결실들이다. 라이프21코리아의 경우 올해 초 이 사장이 직접 모스크바와 홍콩ㆍ일본ㆍ독일ㆍ중국 등 7개 국에서 열린 전시회나 시장개척단에 참가했지만 단 한건의 계약도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1일부터 활동에 들어간 수출지원단의 도움을 받아 이달 7일 휴대폰 배터리 충전기 100만달러어치를 가계약하는 성과를 거뒀다. 마이크형 가라오케 제품에 대한 대규모 수출계약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지원단은 종합상사, 대기업 및 수출유관기관에서 수출업무를 담당했던 퇴직인력 5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평균 연령 56세에 10~20년간 현장 경험을 쌓은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로, 1인당 3개사를 배정받아 수출 마케팅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수출 대상 국가의 언어나 현지여건ㆍ계약관행 등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에는 이들 전문위원의 조언과 지원이 ‘가뭄 속 단비’일 수밖에 없다. 물리치료기를 생산ㆍ수출하는 대양의료기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수출상담회에 참석한 뒤 막연히 해외 바이어의 연락을 기다리는 처지였지만 이제는 전문위원의 도움으로 직접 연락을 취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바이어를 발굴할 수 있게 돼 수출업무에 활기를 띠게 됐다”고 말했다. 지원단은 수출 중소기업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는 해결사로도 통한다. 최근 10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한 세기종합환경의 한 관계자는 “수출 전담인력이 없어서 계약서 작성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전문위원이 한줄 한줄 꼼꼼하게 살펴줘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용 금형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롤이엔지의 이상관 대표는 “수출지원단의 조언으로 단순 제품 수출에서 벗어나 원자재 수출 등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생산라인을 턴키 방식으로 수출하기 위한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지원단 활동은 전문위원에게도 사회에 기여하고 생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20년 동안 수출업무를 담당하다가 2001년 퇴직한 유문태(61) 위원은 “다시 직장생활을 하는 것 같아 생활에 활력을 느낄 수 있으며 좋아하던 일을 다시 할 수 있게 돼 가족들도 기뻐한다”며 “아직은 녹슬지 않은 수출 노하우를 각 중소기업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상연(46) 위원은 “지원단의 도움과 KOTRA의 네트워크가 해외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수출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며 “자긍심을 갖고 중소기업 컨설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단의 활약상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중소기업의 지원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박종근 KOTRA 수출지원단 사무국장은 “5월 참가업체 신청 때 탈락한 업체나 신규 희망업체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직접 찾아오는 업체 대표도 있다”며 “마찬가지로 현재 50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원단에 추가로 지원하려는 퇴직 수출역군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KOTRA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전문위원 150명에 참가업체를 1,200개사로 늘리고 중소기업청ㆍ산업단지공단 등에도 지원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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