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발단은 아내의 사고에서 비롯됐다. 아내가 크게 다쳐 직장에서 쫓겨나 대출 받을 길이 막혔고 김씨가 모아뒀던 목돈도 고스란히 병원비로 나가게 됐다. 당장 수십년간 살았던 집을 처분해야 하는 김씨는 막막할 따름이었다.
이 가운데 주택금융공사의 '가교형 주택연금상품'을 알게 됐다. 60세를 넘긴 김씨의 역모기지론을 주금공의 주택연금으로 갈아타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주금공은 김씨를 대신해 은행에 5,000만원을 상환해주고 남은 주택 가치(1억5,000만원 상당)를 재평가해 그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 형태로 제공하기로 했다.
김씨는 가교형 주택연금 덕분에 주택 처분의 고민도 덜고 정든 집에서 쫓겨날 일도 없어지게 됐다.
당장 이번주부터 김씨와 같은 사정을 가진 민간 주택연금생활자들의 고민이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금공은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고 이 같은 내용의 '신종 가교형 주택연금'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주금공의 주택연금은 집은 있지만 소득이 부족한 노인들에게 평생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주택을 담보로 매달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을 받는 제도다.
취지는 좋지만 만 60세 이상이라는 가입조건이 주택연금 활성화의 걸림돌로 늘 작용해왔다. 대체로 만 55세 이전에 은퇴하는 현 실정을 반영하지 못해 국민연금 수령 시기(만 60~65세)까지의 소득공백기를 보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제휴를 통해 민간(신한은행)에서 주택연금대출을 받고 소득공백기를 넘긴 고객들은 거액의 대출금 상환 부담 없이 만 60세가 넘어가면 주금공의 주택연금으로 환승할 수 있게 됐다.
즉 주택을 담보로 은퇴 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의 소득공백기는 민간에서 생활비(1단계)를, 국민연금 수령 이후 사망시까지의 노후생활기는 공사에서 연금(2단계)을 받는 형태인 셈이다. 민관이 함께하는 '2단계 주택연금'으로 주택연금 활성화 가능성이 열렸다.
공사 관계자는 "신한은행에서 역모기지론을 받은 고객들을 인수심사해 조건에 맞으면 대출금을 상환시키고 담보로 잡힌 주택의 잔여가치와 연령을 계산해 평생 월지급금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노후 주거안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민간 역모기지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며 추후 여타 시중은행으로 제휴처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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