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안경 디스플레이'에 숨겨진 음모
입력2000-11-26 00:00:00
수정
2000.11.26 00:00:00
'안경 디스플레이'에 숨겨진 음모
게임에 대해 말하다 보면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경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게임에 있어 제작 기술이나 기법의 발전이란 가상의 세계에 현실감을 부여하며 실제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나 인생의 재미를 느끼는 방법에 대한 연구와 다름 아니다.
필자는 바로 지난 주말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전세계 게임 산업을 지탱하는 한 축이라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
일본의 전자상가를 한바뀌 톨아보면 일본 전자 산업의 흐름을 대충 알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때로 어느 전자회사에서 큰 기대 않고 내놓은 상점 한구석의 신제품을 통해 깜짝 놀랄만한 미래와 만나게 되는 일이다.
이번에 필자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패널 LCD 디스플레이'라는 신제품이었다. 이름은 복잡하지만 모양은 간단하다. 안경처럼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스키 고글과 비슷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 고글에는 디지털 신호를 전송하는 라인이 연결되어있고, 그 라인의 반대편 끝은 가정용 게임기나 DVD롬 드라이브같은 디지털 영상 재생기와 연결하게 되어있다.
기술의 골자는 그 안경을 쓰고 게임기나 DVD를 실행하면 마치 63빌딩의 아이맥스 영화관처럼 엄청나게 큰 화면이 펼쳐지고 그 큰 화면에서 게임이나 영화가 실행되는 것이다.
보다 실감나는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장비라며 배시시 웃는 도우미가 기염을 토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 제품을 '영상을 보다 크게 즐길 수 있는 장비'라는 컨셉으로 판매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 장비를 착용해 보고 나서 이 작은 기계 속에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고 말았다.
게임을 가상세계의 현실화 작업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 가상현실과 실제 상황 사이엔 넘기 힘든 벽이 존대한다.
게임 속에서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며 세상을 재창조하는 영웅은 PC모니터에서 눈을 떼는 순간 초라한 게임 중독자로 돌아와 버린다. 화려한 게임 속 세상에서 돌아와 엄연한 현실과 맞부딪치는 순간의 허탈감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 허탈감을 이기기 위해 유저는 더 깊숙이 게임 속으로 몰입하고 그 정도가 심화되면 될수록 허탈감의 크기도 비례해 커진다. 소니와 미놀타등 일본 굴지의 저자회사들이 앞다투어 개발과 마케팅에 열올리는 기계의 본질은 이쪽에 있다.
앞서 언급했던 '안경 디스플레이'를 끼는 순간 게임, 영화의 화면 외에 다른 것은 전혀 보이지 않게 된다.
유저가 이 장비를 착용하는 것은 유저의 자유지만 장비를 착용하는 순간 이 기계는 수용자의 오감중 가장 강력한 시감각의 1백퍼센트를 기계 자신이 보이고 싶어하는 그림에만 집중시켜 버린다.
필자는 이것을 '흐름'으로 파악한다. 게임이 달려가고 있는 현시대의 방향성.
물론 그것이 최종 목적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 시기, 게임은 이제 아이들 장난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하나의 증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 중요한 한가지를 덧붙인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창조해 가는 세상이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입력시간 2000/11/26 15:14
◀ 이전화면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