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에 심사부가 왜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은행들이 적절한 기준에 따라 심사하면 될텐데 툭하면 담보나 신용보증서를 요구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출받기가 너무 힘듭니다.” 수출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잘못된 대출 관행을 이렇게 질타했다. 12일 우리은행이 중소기업주간(15~20일)을 맞아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100여명을 초청해 서울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오찬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인들의 불만과 애로사항이 거침없이 쏟아져나왔다. “중소기업들에 해가 비치면 우산을 주고 비가 오면 우산을 빼앗는 은행권의 대출 관행이 아직 만연하고 있고 있습니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는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 젖어 있는 것 같습니다.” 격의 없는 질문과 답변이 오가며 행사는 당초 예정보다 30분 이상 늦게 끝났다. 주로 정부의 중기대책이 중소기업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과 은행의 대출관행에 대한 불만 등이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현재 중소기업청장과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중소기업인들의 말을 경청하며 정부와 은행의 개선점, 방향 등을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정부와 금융기관ㆍ 중소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문제를 제기하고, 그 자리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충북 천안 백석산업단지에서 케이원전자를 경영하는 강승주 사장은 “천안에는 백석산업단지를 비롯, 천안 1~4공단이 밀집해 있다”며 “1~4공단은 담보비율 100%를 인정해주는데 인근에 위치한 백석단지는 70%밖에 인정해주지 않아 애로사항이 많다”고 건의했다. 이에 황 행장은 “우리은행은 공단지역에 적극적인 대출을 해주는 ‘블록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우수 중소기업들에 그 대상을 넓히는 방안을 고민 중이었던 만큼 백석단지를 블록 마케팅 대상으로 선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은행의 잘못된 대출관행에 대한 질문에 황 행장은 “지난해보다 올해 본부 심사건수가 50% 이상 늘어날 정도로 현장에서 대출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심사역들이 과도하게 신용한도를 줄이고 있는지, 이 때문에 고객 불편은 없는지 챙겨 보겠다”고 답했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이웅진 사장은 “60억원이나 드는 IT투자를 하며 정작 어려웠던 것은 자금마련보다는 정부의 정책상의 혼선이었다”며 “정부는 관료적인 사고를 버리고 중기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책을 만들어 실시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 황 행장은 인사말을 통해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 지원의 양극화 해소이며, 이러한 양극화 해소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소기업주간을 맞아 은행들이 연이어 관련 행사를 잇따라 개최, 중소기업 잡기에 나서고 있다. 기업은행은 강권석 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13일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중소기업사랑 마라톤대회’를 주최하고 이어 오는 17~18일에는 기은경제연구소 주최로 ‘창업안내강좌’를 연다. 신한은행도 지난 11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중기 CEO 등을 초청해 대고객 사은행사를 가졌으며 하나은행도 19일 거래기업체 대표 및 관계자들을 신갈 연수원으로 초청, ‘하나 빌 숲속음악회’를 개최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