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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 치는 보험산업] <상> 저금리 시대… 시험대 선 자산운용

이율 경쟁에 생존 한계… 투자대안도 마땅찮아 깊은 시름<br>고정금리 상품 판매 부메랑… 운용 수익률 공시이율 밑돌아<br>역마진 우려 갈수록 높아져<br>장기상품 비중 줄이고 보장성 보험 강화해야


보험 시장은 그간 은행ㆍ증권 등 다른 자산 업과는 차별화된 고유한 영역으로 평가 받아왔다. 고령화 대비라는 명분 속에 정부는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보험 산업을 보호했고 소비자들은 설계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보험 전문가들의 손에 자신들의 보험 상품을 맡겨왔다.

그 결과 보험사들은 큰 어려움 없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비즈니스 환경은 보험사의 안일한 현실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저금리 기조는 보험사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고 세수 확보에 혈안인 정부는 보험사의 비과세 상품을 줄이기 위해 돋보기를 들이대며 곳곳을 쑤시고 있다. 즉시연금에 대한 과세는 그 결과 나타난 것이다.

한편으로 금융 당국의 감독강화와 소비자들의 높아진 권리의식은 금융상품의 성역처럼 여겨졌던 보험상품을 양지로 밀어올리고 있다.

보험사로서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표현이 무리가 아니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위기 국면에 들어선 보험사의 현 상황을 시리즈로 점검한다.

"수입보험료를 자산운용으로 돌려야 하는데 채권ㆍ주식ㆍ부동산 어디 하나 괜찮은 데가 있어야지요. 우리처럼 운용자산 규모가 10조도 안 되는 보험사들은 한 번 삐끗하면 그냥 넘어가기 때문에 멈칫할 수밖에 없다니까요. 그러다 보니 현금성 자산만 쌓이는 실정입니다."(한 중소형 생명보험사 관계자)

저금리 기조는 보험사들에 장기적인 안목을 요구하고 있다.

자산운용 수익률이 소비자에게 약속한 공시이율을 밑도는 상황에서 매출에만 연연하는 1990년대식 사업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보험 업계에는 한국 경제가 저 성장 사회로 진입한 마당에 이율 경쟁에 매몰돼서는 공멸한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하다. 역마진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일시납 저축성 보험(한꺼번에 목돈을 저축성 보험에 맡기는 상품)'의 경우 판매를 일시 중단하거나 한도를 설정하는 보험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수익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성 보험의 높은 금리를 부담하기는 버겁기 때문이다. 실제 생보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은 올 3월 말 현재 4.76%로 1년 전 5.88%보다 무려 1.12%포인트나 주저앉았다. 손보사의 경우도 자산운용수익률이 4.51%로 현재 공시이율 수준인 4.9%대보다 더 낮다.

특히 보험사 입장에서는 지난 2000년 직전까지 팔았던 고정금리 상품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당시 보험사들은 외형 불리기에 집착한 나머지 10%에 육박하는 고정금리 상품을 파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10년 만에 저금리가 추세적으로 정착하자 보험사들의 효자상품이었던 고정금리상품은 이자 부담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실제 삼성ㆍ대한ㆍ교보ㆍ신한생명 등 4개사의 6월 말 고정금리상품 비율(계약건수 기준)은 전체 저축성 상품 가운데 36.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사들이 장기적인 시장 전망에 초점을 맞췄다면 고정금리상품을 이처럼 불리는 우를 범할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어찌됐던 보험사 입장에서는 역마진을 막기 위해 어떻게든 자산운용수익률을 떠받쳐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보험사들은 국공채 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회사채는 늘리는 등 투자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고 있지만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특히 20%에 가까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공채의 경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당분간 금리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 고민이 더 깊다.

한 중형 생보사 관계자는 "그나마 대체 투자 대안으로 꼽을 수 있는 게 바로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사모펀드(PEF)인데 경기 침체로 수요가 크게 줄어 돈 넣을 곳이 마땅찮다"며 "돈 받기를 꺼리는 웃지 못할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저금리 속에 공시 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 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는데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자산운용규모가 갑자지 커지게 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즉시 연금, 일시납저축성보험의 중단 사태가 늘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도 자칫 역마진이 현실화돼 보험사의 건전성을 해치고 결국 보험료 인상을 통해 고객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악순환이 빚어질 수 있다고 보고 공시이율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자본 확충을 위한 규제 수위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외형 경쟁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장기상품 비중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그간 소홀했던 보장성 보험 등 일반 보험 시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자산운용수익을 높이기 위해 투자처 발굴 등에 나서는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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