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북미 지역에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한다. 미국 뉴욕에 마케팅센터를 마련한 데 이어 전문가 영입 등 인력도 확충하고 있다. 이 같은 마케팅 강화는 스마트폰과 초고해상도(UHD) TV 등 주요 제품들이 북미 지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와 사물인터넷(IoT)·스마트홈 등 새로운 전략 제품군의 시장 선점을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북미통신법인인 삼성텔레커뮤니케이션즈(STA)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지낸 토드 펜들턴 이사를 북미법인 최고창조책임자(CCO)로 선임했다. 나이키 마케터 출신인 펜들턴 COO는 2011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뒤 혁신적인 광고 등을 통해 이 회사 스마트폰의 글로벌 위상을 애플과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모바일 기기뿐 아니라 TV와 생활가전 등 전제품의 광고·마케팅을 관장하게 됨으로써 삼성전자 전제품군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펜들턴 COO는 스마트폰 이후의 새 먹거리로 부상하는 스마트홈 분야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펜들턴 CCO는 "북미 마케팅 조직의 변화는 가전과 웨어러블, 나아가 스마트홈에 역량을 모으기 위한 조치"라면서 "삼성은 이 같은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프록터앤드겜블(P&G)에서 영입한 빈스 허드슨 마케팅전략 담당 전무는 북미 전체의 브랜드 전략을 이끌기로 했다. 펜들턴 CCO와 허드슨 전무는 내년에 뉴욕 맨해튼의 삼성전자 마케팅 사무소로 옮길 예정이다. 북미법인은 현재 언론파트를 담당할 새 임원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전문가 영입과 조직 개편 외에도 북미 지역의 마케팅 역량을 결집시킬 새 거점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7월 뉴욕 맨해튼 미트패킹 지구에 6층 건물(총 면적 5,110㎡)을 통째로 임대한 삼성전자는 리모델링을 거쳐 연내 마케팅센터로 오픈할 예정이다. 이 건물은 기업고객을 상대로 한 브리핑과 마케팅 부서 직원들의 업무공간으로 활용된다. 미트패킹 지구는 구글과 애플도 사무실을 내는 등 뉴욕의 광고·미디어 분야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는 또 뉴욕 맨해튼과 뉴저지 일대에 5,000~7,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 사옥 부지를 물색 중인으로 전해져 북미법인 간 통폐합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뉴저지주 리지필드파크에 북미총괄법인(SEA)을, 텍사스주 댈러스와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각각 통신법인(STA)과 연구개발(R&D) 본사를 두고 있다. 앞서 STA를 SEA로 통합 이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등 삼성전자가 미국에 운영하고 있는 생산·판매법인 20여곳에 대한 정비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북미 지역의 법인 간 통합은 한국 본사의 대규모 조직 개편이나 사업부서 간 합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아직은 먼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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