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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i 들어간 상호 쓰지 마" 중기 쫓아가 막무가내 협박

특허 만능주의에 빠진 애플

기술개발 대신 국채 투자도


애플이 중소기업까지 일일이 찾아가 애플과 'i'가 포함된 상호와 상표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허·상호·상표 등 무형자산을 무기로 글로벌 휴대폰 기업은 물론 소규모 업체에까지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신규 투자와 기업인수 대신 국채에 투자하고 삼성전자 등 휴대폰 업체와 특허소송을 계속하는 것은 기술혁신 대신 자존심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애플이 들어간 상호와 아이폰을 연상시키는 i를 포함한 상품의 이름을 바꾸라는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미국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200만달러를 웃도는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회사이름을 바꾸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대표는 "멀쩡히 사업을 잘하고 있는데 인지도가 높아지니 회사까지 찾아와 이름을 바꾸라고 강요했다"며 "협상이나 조건도 없이 막무가내로 애플을 쓰지 말라고 협박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사명을 바꾸면 시스템 교체, 계약서 변경 등 상당한 비용이 들고 계약주체가 변경돼 물품대금을 받지 못할 위험도 생긴다"며 "이래저래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무형자산에 대한 애플의 집착은 갈수록 강해지는 추세다. 김형진 미국 변호사는 "애플이 전세계에서 소송을 통해 애플과 i가 들어가는 상호와 상품명을 퇴출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소송에서 대부분 이겨 독점권을 확보했지만 멕시코나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그는 "미국 내에서 애플의 독점권이 강해지며 '빅애플'이 애칭인 뉴욕도 특정 회사를 홍보한다는 오해를 받아 빅애플 사용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혁신이 아닌 소송에 집착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포브스는 "애플이 소프트웨어(SW) 특허 침해를 이유로 삼성전자에 대당 40달러를 요구한 것은 전문가들의 평가보다 10~20배 이상 비싼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법정이 아닌 시장에서 혁신제품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기를 희망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상호ㆍ상표권ㆍ특허 등 무형자산의 독점권력 확장에 집중하면서 혁신과 직원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존 구루버 애널리스트는 "애플 직원은 시장에서 수요가 많아 언제든지 떠날 수 있고 아이팟의 대부인 토니 파델은 이미 떠났다"며 "애플은 더 이상 실리콘밸리의 젊은 천재들이 꿈꾸는 직장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길을 잃은 애플이 성장을 멈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이 500억달러가량을 새로운 기술과 기업에 투자하는 대신 미국 채권에 투자했다"며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성장을 멈춘 MS의 전철을 밟아가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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