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상단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방황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이 내수를 살려 경기 부양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로 공조를 맞추고 있지만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와 중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맞서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호재와 악재가 맞서고 있어 코스피지수가 당분간 박스권 상단을 뚫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급락도 하지 않은 채 방향성을 모색하는 기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우선 대외 변수에 민감한 수출주보다는 내수주 위주로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그러나 다음달 중순 이후에는 유럽이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시행에 나설 예정인 만큼 대형 수출주들이 기지개를 켤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0.61%(12.49포인트) 오른 2,056.70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3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던 것에서 하루 만에 안정세를 찾았다. 외국인이 1,01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반등을 주도했다. 기관이 전날 3,722억원에서 461억원으로 순매도 규모를 줄인 것도 수급적으로 부담을 덜었다.
지난달 말 종가 기준으로 2,082.61포인트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이달 8일 2,031.10포인트까지 밀린 후 2,040~2,070포인트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박스권 상단인 2,060포인트 위로 올라선 데 따른 부담감에 미국의 조기금리 인상 논의와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맞물리면서 기간조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다음달 중순까지는 이러한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며 대외 변수에 민감한 수출주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내수주 위주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현재 코스피지수 흐름을 보면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이라크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 경기지표의 하락 반전 등 대외 악재들에 짓눌리는 모습"이라며 "2,020포인트대의 지지도는 유효하지만 복합적인 악재들이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상승보다는 횡보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류 팀장은 이어 "엔화 약세가 재차 가팔라지는 환율 변수와 내수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 방향성을 고려했을 때 수출업종보다는 내수업종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조언했다.
전날 대규모 매도 폭탄을 던진 기관 역시 내수업종은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는 점도 수급 측면에서 우호적이다. 코스피지수가 2,031.10포인트까지 밀렸던 지난 8일 이후 이날까지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602억원어치를 내던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SK텔레콤(017670)을 873억원어치 쓸어담았고 LG생활건강(051900)(831억원)과 KCC(729억원), KT&G(610억원), 아모레퍼시픽(590억원) 등 내수주는 매수 우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다음달 중순께는 코스피지수가 기간 조정을 마무리하고 상승추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승 국면에서는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내수주에서 수출주들로 투자 포인트를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은 9월16일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의 1차 규모를 발표하고 18일 자금 공급에 나선다"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큰 만큼 이 시점을 전후로 미국의 정책 후퇴에 따른 충격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이 얻는 안도감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20일께 나오는 중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50 이상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역시 지수 상승을 전망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8월 중국 PMI 잠정치가 50.3으로 전망치를 소폭 밑돌았어도 여전히 경기 확장 국면에 있는 상황"이라며 "경기 회복세가 한풀 꺾였다는 우려가 큰 상태에서 9월 PMI가 50 이상으로만 나와도 증시에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은 센터장은 이어 "국내 증시의 중국 경기 민감도가 큰 만큼 상승 국면에서도 중국 관련업종이 부각될 것"이라며 "중국 시장의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판단되는 철강업종과 중국 내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화장품·의류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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