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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에 또다시 굵은 장맛비가 쏟아졌던 지난 17일 밤 9시 현대백화점 천호점 1층. 최신 인기가요에 맞춰 현란한 춤 솜씨를 뽐내는 여성 댄스그룹의 몸짓에 고객들의 시선이 하나 둘 모여든다. 어느덧 그들을 둘러싼 30여명의 고객들은 댄스음악에 흥에 겨운 듯 절로 박수 치며 환호하고 이 곳은 잠시나마 작은 콘서트장으로 변신한다. 댄스공연을 감상한 이정희(32)씨는 "TV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공연을 백화점 안에서 편안히 함께 즐길 수 있었다는 게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특히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 속에 모처럼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고객의 발길을 끌기 위한 백화점의 마케팅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철 심야 쇼핑족을 겨냥해 폐점시간을 늦추는 한편 올빼미족들을 위해 풍성한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이날 현대백화점 천호점은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에도 매장 안은 여전히 쇼핑족들로 가득찼다. 평소 같으면 이미 영업을 종료하고 고요한 적막만이 흐를 시간이지만 이 날은 현대백화점이 마련한 '캐리비안 나이트' 행사로 폐점시간이 밤 10시까지 늦춰진 것. 영업시간을 연장하고 매장 곳곳을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지는 파티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색소폰 연주를 비롯해 마술쇼, 칵테일쇼, 댄스파티 등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와인ㆍ막걸리 시음회 등 한밤중의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풍성한 이벤트들이 밤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현대백화점을 찾은 이경애(37)씨는 "틀에 박힌 영업시간이나 일방적인 판매행사에서 벗어나 고객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해 신선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나이트 파티' 행사를 연 것은 올들어 이번이 세번째. 지난 3일 가장 먼저 나이트 파티를 진행한 무역센터점은 당일 하루만 36억원의 매출 대박을 터뜨렸다. 이는 평소 세일기간의 일 평균 매출실적 25억~27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지난 10일 행사를 실시한 신촌점 역시 평소 세일기간 6만명 안팎의 방문고객수가 50%나 증가한 9만명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17일 천호점과 미아점 역시 천둥ㆍ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린 궂은 날씨 속에서도 각각 16억원과 1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의 매출신장률을 달성했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마케팅팀장은 "오픈형 나이트 파티는 경기불황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고객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남겨주고자 기획한 행사"라며 "특히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 만으로도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소비가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백화점도 이날 밤 11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4시 30분까지 잠실 롯데월드에서 '올나잇 파티'를 진행했다. 장대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1만명이 넘는 고객들이 참가해 무료로 놀이기구를 타고 인기가수들의 공연을 관람하며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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