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금은 최고의 투자 대상 가운데 하나였다. 미국의 실물경기 침체에 따른 달러화의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선진경제의 위축으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수요는 늘었다. 당연히 금값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9월에는 온스당 1,92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여기에 편승해 금을 적립하는 골드뱅킹의 인기도 상승했다.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판매잔액은 지난 2010년 말 2,004억원에서 2011년 말에는 4,175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값의 상승세가 꺾이자 골드뱅킹의 수요도 덩달아 위축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16일 "골드뱅킹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투자상품인데 최근 금값 하락으로 단기기준으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자 골드뱅킹 가입도 현저히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골드뱅킹의 시대는 이제 끝난 것일까.
◇금값 떨어지자 판매열기 잠시 주춤=골드뱅킹은 신한ㆍ국민ㆍ우리은행 등 3개 은행만이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판매열기가 주춤하다.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13일 현재 4,716억원으로 1월에 비해 96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00억원 순증했던 것에 비하면 둔화세는 확연하다. 지난해 9월 판매를 재개한 국민은행도 356억원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2월 골드뱅킹 판매에 나선 우리은행은 출시 20여일 만에 7억원어치를 판매하면서 인기를 이어갔지만 최근까지 판매잔액은 20억원선이다.
골드뱅킹의 판매열기가 다소 식은 것은 국제 금값이 떨어져서다. 금값은 최근 10년간 상승세를 타다가 최근에는 1,659달러(1온스)선까지 내려앉았다. 그렇다 보니 국제시장에서 금을 사서 적립하는 골드뱅킹의 수익률을 좋지 않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1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 1.5% 안팎이다. 시중은행의 한 상품 담당자는 "적립식이기 때문에 금값이 떨어지면 더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한 달 등 단기간 수익률을 따지는 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금값의 장기 추세가 꺾이지 않는 한 투자수익률 역시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관건은 금값의 장기 추세…전망은=골드뱅킹은 돈을 계좌에 넣으면 국제시장에서 달러로 금을 구입해 적립해주는 상품이다. 원금은 보장되지 않고 수익을 낼 경우 15.4%의 배당소득세도 붙는다. 그만큼 수익률은 철저하게 금값에 연동된다. 그렇기 때문에 관심은 앞으로의 금값의 향방이다. 골드뱅킹을 판매 중인 은행들은 "금값을 쉽게 예단하기는 힘들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면서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부분이 미국 경제의 성장여부와 달러화의 가치상승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유로존의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것 때문인데 금값은 역설적이게도 미국이나 유럽 등 경제침체기에 상승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스페인의 재정위기감이 확산되고 미국의 실물경제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에서 금값의 상승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여부도 기대할 수 있어 하반기 이후에는 금 시장에 다시 활력이 생길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다만 과거처럼 금값의 폭등랠리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골드뱅킹을 담당하는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값에 대한 가장 높은 전망이 온스당 2,000달러인데 예측치에 대한 조정이 국제 상품전문가들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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