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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보닛이나 사이드미러 같은 일부 부품에 순정품과 유사한 제품을 쓸 수 있는 대체인증제가 시행되면서 수입차의 부품값이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와 자동차보험사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수입차 부품값 인하는 중장기적으로 국산업체들의 입지를 좁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품값 인하는 수입차 판매 증가로 이어져 국내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고 고용 확대도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수입차 부품값 인하의 역설'이다.
◇부품값 인하로 수입차 점유율 확대에 날개 달 듯=2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수입차의 판매 점유율은 14.2%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점유율은 약 14~15%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차 점유율의 상승 속도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1999년 0.26%였던 점유율이 2007년 5.13%로 5%를 넘기는 데 8년이 걸렸지만 10%로 올라서는 데는 채 5년(2012년 10.0%)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재 판매 추세라면 올해나 내년에 15%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5%포인트 증가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더욱 짧아진 것이다.
부품값 인하는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게다가 SK네트웍스 같은 대기업 사업자가 경정비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공임도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차 업계의 관계자는 "상당수 고객이 수입차 구입을 망설이는 것은 부품값 같은 유지비와 AS의 편리성에서 국산차에 뒤지기 때문"이라며 "수입차 부품값이 낮아지면 점유율은 금세 20%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가 사고가 발생한 수입차 운전자에게 수리비로 지급한 돈은 1대당 276만원으로 국산차(94만원)의 약 3배에 달했다. 부품 가격도 국산차보다 평균 4.7배가량 비쌌다.
◇가격 인하 필요하지만 국내 차 산업 위축 불가피=소비자 편익 차원에서 수입차 부품 가격이 상당 부분 인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달 초 소비자시민모임이 BMW와 벤츠 등 5개 차종의 30개 부품가격을 조사한 결과 17개 부품의 국내 판매가가 해외 평균가격보다 높았다. 이 때문에 대체부품 이용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제는 수입차 판매 급증에 따른 후폭풍이다. 자동차는 전후방 산업에 파급효과가 크고 고용 창출에도 기여한다. 현재 국내 내수 시장은 연간 140만대 정도다. 현대차는 올 들어 11월까지 61만대, 기아차는 41만대, 한국GM은 13만대를 팔았다. 단순 계산하면 수입차 점유율이 5%포인트만 올라가면 국산차 판매는 7만대, 10%포인트면 14만대가 줄어든다.
판매가 줄어들면 그만큼 고용 확대가 불가능해진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고용인원만 9만7,000여명에 달한다. 특히 현대차는 중국에 4·5공장을,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고 상황에 따라 해외공장을 더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차의 내수 점유율이 감소하면 추가 고용은 더욱 어려워진다. 여기에 현대·기아차의 5,000여개 협력업체까지 감안하면 실제 손실은 더 크다. 자동차 업계의 관계자는 "수입차 점유율이 올라가면 국내 경제와 고용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해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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