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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가 앞당겨 준 김치 세계화
입력2003-06-18 00:00:00
수정
2003.06.18 00:00:00
구동본 기자
김치는 어느 정도 세계적인 식품이 됐지만 최근 들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70세로 에베레스트 최고령 등정기록을 세운 일본의 미우라 유이치로씨가 “산에서 김치찌개로 추위를 이겨냈다”고 밝힌데 이어 로스엔젤레스 타임스가 17일`사스시대, 한국인들 김치효능 자랑`이란 제목의 기사를 2개면에 걸쳐 싣고 중국 동남아 등에서 김치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는 등 신기한 한약으로 대접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치가 새삼스럽게 다시 조명을 받게 된 것은 아이러니칼 하게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덕택이다. 홍콩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등지에서 사스가 유행하는 데도 한국인은 이에 잘 걸리지 않는 것은 김치때문이란 설이 그럴듯하게 유포됐다.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한국인이 사스에 강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 이를 부인만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 스스로도 어느 때 인가부터 김치와 마늘 때문에 사스에 걸리지 않는다고 믿기 시작했고,이러한 믿음은 점차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퍼져 나갔다. 금년 들어 김치수출이 지난 4월말까지 3,300만달러를 기록,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8%나 증가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는 지난해의 8,000만달러를 넘어 1억달러 가까이 수출할 것으로 보인다.
사스 덕택에 김치가 이처럼 유명세를 타고 국내 소비도 증가하고 있으나 한 때는 우리들의 `홀대`로 일본의 `기무치`와 국제식품규격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이는 등 종주국의 체면을 구겼다. 식생활이 서양화됨에 따라 김치는 젊은 사람들에게 푸대접을 받았다. 그나마 어머니의 손 맛 어린 김치대신 규격화한 공장김치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김장문화도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이러한 틈을 타고 사이비 김치인 기무치의 추격은 거세다. 국제식품규격 싸움에선 젓지만 국제시장 개척은 우리보다 앞서 있는 실정이다. 우리에게서 기술을 배운 칠(漆)을 자기들이 종주국인양 행세하는 것처럼 언젠가는 김치의 종주국이 일본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첫 시도였던 국제식품규격선정에선 김치에게 밀렸으나 이러한 시도를 다시 할 것이 틀림없다.
사스로 인한 뜻밖의 김치부각을 김치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로 삼고 이를 세계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채소갈무리의 가장 뛰어난 방법인 김치가 과연 사스에 효능이 있는지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보존 개발 및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이 우리 것을 지키고 가꾸려는 이러한 노력을 거듭할 때 김치는 세계적인 식품으로 굳건하게 자리잡을 것이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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