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융불안 여파로 은행권의 단기 고금리 금융상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로 시중자금이 수시입출금식예금(MMDA)나 회전식 정기예금 등 초단기 고금리 예금상품으로 몰려들고 있다. 기관투자가는 물론 개인들도 금융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자 신탁상품이나 MMF 등 실적배당 상품에서 빠져나와 원금이 보장되는 은행권의 초단기 고금리 상품을 찾고 있다. 은행권 역시 이런 추세에 맞춰 3개월 만기 예금에 1년 정기예금 금리와 비슷한 6%대를 제시하거나 하루 단위로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MMDA 상품에 5%대 금리를 내걸고 시중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우리은행의 MMDA 잔액은 지난 8월 말 12조7,000억원대에서 9월 말에는 16조1,000억원으로 3조4,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지난달 14일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안전자산을 쫓는 일반 법인 및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MMDA 잔액도 8월 말 12조1,000억원대에서 9월 말 16조9,000억원대로 무려 4조8,000억원 이상 늘었다. 박동영 우리은행 자금부장은 “리먼 사태 이후 채권 금리가 이상 급등하는 등 금융불안이 심화되자 기관이나 법인의 여유자금이 실적배당 상품에서 이탈해 원금이 보장되는 은행권 단기 상품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이런 단기 자금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9월22일부터 이달 말까지 1,000만원 이상 예치를 조건으로 3개월 만기 회전식 정기예금의 금리를 5%대 초반에서 6.1%로 끌어올렸다. 이 같은 파격적인 금리 우대에 힘입어 하나은행의 회전식 정기예금 잔액은 8월 말 7조7,000억원대에서 9월 말 8조7,000원대로 1조원가량 늘었다. 우리은행도 1,000만원 이상을 예치할 경우 단 하루만 맡겨도 연 4% 이상의 금리를 적용하고 100일이 넘으면 연 5.5%의 고금리를 지급하는 ‘고단백 MMDA’ 상품을 내놓았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단기 자금을 최대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으로서는 1년 이상 정기예금을 유치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금운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유동성이 빠듯한 상황이라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초단기 자금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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