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동과 동남아시아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수입선을 미국을 중심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에너지 자립정책이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높여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 에너지 정책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로 미국산 오일·가스의 공급 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높은 에너지 수입의존도를 안보와 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보고 수입의존도 축소, 클린에너지 개발 등 에너지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셰일가스·셰일오일 등 비전통 방식의 가스·석유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오는 2018년부터 천연가스 순수출국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생산량도 2020년에는 하루 1,160만배럴로 늘어 사우디아라비아(1,060만배럴)나 러시아(1,040만배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한국의 액화천연가스(LNG)나 원유 구매지역이 현재는 중동과 동남아시아에 몰려 있다며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미국을 중심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LNG 수출대상국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을 우선시하는 만큼 정부가 미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민간과 공기업은 미국의 비전통적 에너지 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정책 변화에 따른 산업전략도 다시 짜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의 비전통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따른 연관사업 수출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한국도 재생에너지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 생산 확대로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강화됨에 따라 국내 제조업의 위축 등 부정적 요인도 대비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정 연구위원은 "비전통 에너지 개발에 따른 제조업 생산비용 하락은 미국 제조업 활성화 등으로 세계의 공급사슬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정부는 규제·세제 등을 기업 친화적으로 전환해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제품의 고부가치화, 기술경쟁력 제고, 기업경영 효율성 제고 등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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