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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의 눈 이야기] 노안(15)
입력2005-09-07 16:53:17
수정
2005.09.07 16:53:17
수술 후 손녀 깨알글씨도 읽어
‘인생, 이제부터 새롭게 출발하렵니다.’
기업체 임원을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김모씨(58)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3년 전 회사를 나와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 게 아닌가 싶어 한때 비관적인 생각을 한 것도 사실. 그러나 김씨는 미국에 사는 딸을 보러 출국하려다 인천공항에서 묵묵히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친구를 보며 남은 인생을 재설계하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아침 운동을 했고, 증권사 지점으로 출근하면서 사람도 만나고 세상 돌아가는 흐름과 궤를 같이하려 힘썼다. 그러기를 3년. 김씨는 몰라보게 건강해졌다는 소리를 부쩍 듣는다.
그 어떤 소리보다 흥이 날 법한 일. 그러나 단 한 가지 문제점이 눈이었다. 원래 시력이 나빠 학창시절부터 두툼한 안경을 걸쳤던 김씨는 40대 중반에 노안이 오면서 돋보기까지 쓰게 됐다. 최근 증권사 객장을 출입하며 깜빡깜빡 점멸하는 전광판과 신문의 깨알 같은 숫자를 하루에도 몇 시간씩 보게 되면서 돋보기 두께도 6개월 간격으로 두꺼워졌고, 오래 숫자를 보면 눈이 아팠다.
김씨에게는 조금씩 다져지는 체력과 반비례하듯 조금씩 나빠지는 눈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셈이다. 나이가 들면서 신문 건강면을 열심히 읽던 김씨는 ‘ASA80 노안수술’과 관련된 내용을 보자 바로 병원으로 달려왔다.
보통 50대 이후 환자들을 상담해보면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으나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새로 나온 좋은 수술은 오히려 남보다 먼저 받고 싶어 한다. 김씨도 마찬가지. 내원한 당일 정밀검사와 상담을 받았고, 이튿날 수술로 이어졌다.
수술한지 이제 일주일. 김씨가 큼지막한 케이크를 사 들고 병원을 다시 찾았다. 입이 귀에 걸려 자랑만 늘어놓는다. 객장에 가도 잘 보이고, 신문도 많이 읽는단다. 골프도 어드레스 할 때부터 느낌이 다르다며 나에게 라운딩 제안까지 했다.
무엇보다도 김씨는 생일날인 어제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5살 손녀가 ‘할아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쓴 카드를 돋보기를 쓰지 않고 읽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금부터 손녀와 계속 편지를 주고받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 소중한 편지를 모아두었다가 손녀에게 값진 선물로 물려줄 생각이라며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 김씨의 새 생활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나 보다.
박영순ㆍ아이러브안과원장ㆍwww.eyeloveil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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