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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면세점 같이 따내자" 정몽규-이부진 손잡았다

현대산업개발 입지+호텔신라 운영 노하우 결합<br>용산 아이파크몰에 국내 최대 규모로 설립 추진<br>알짜 사업 위해 삼성家·현대家 이례적 '한 지붕'<br>신청 마감 50일 앞두고 현대百 등도 유치전 사활

용산 아이파크몰 전경.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확보를 위해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현대산업개발 계열사인 용산 현대아이파크몰의 입지적 강점과 호텔신라의 국내외 면세점 운영 노하우를 결합, 시너지를 극대화함으로써 추가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독보적 우위를 확보하는 동시에 영업권을 반드시 따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국내 재계의 양축인 삼성가(家)와 현대가(家)가 공동의 사업을 위해 한 지붕을 쓰기는 극히 드문 경우여서 경쟁 유통업체들은 물론 기업계 전반에 비상한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는 공동 출자를 통해 'HDC신라면세점'을 신규 설립하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12일 밝혔다. 합작사의 지분은 50대50이다. 양사는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법인 설립을 위한 기업결합 신고를 마쳤으며 승인을 받는 대로 시내면세점 사업 공동 진출을 위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 사업자 신청 마감일인 오는 6월1일 전에 최종 계획서를 내기로 했다.

양사의 만남은 올해 1월 정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면세점 사업 신규 진출을 선언한 후 실무진 간 접촉이 시작됐으며 지난달 말 정 회장과 이 사장이 극비리에 직접 만나 공동 진출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끼리의 속전속결식 담판을 통해 삼성과 현대의 합종연횡이 전격 성사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은 롯데면세점과 함께 국내 면세점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온 호텔신라의 면세 사업 노하우 및 글로벌 면세점 시장에서의 명성을 높이 평가했으며 호텔신라는 용산 아이파크몰의 입지 조건에 주목했다.

양사는 아이파크몰 내 4개 층에 국내 최대 규모의 면세점 개설을 준비한다는 구상이다. 아직 정확한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소 1만2,000㎡ 이상의 매장을 확보해 현재 최대 규모인 롯데월드면세점(1만1,000㎡)을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현대산업개발의 한 관계자는 "아이파크몰이 위치한 용산역은 범국가적 관광산업 진흥 프로젝트인 '한강 마스터플랜'의 중심지 중 한 곳"이라며 "게다가 대형버스 100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까지 확보해 중국인관광객(유커) 등 해외 관광객 유치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변에 객실 2,000여개 규모의 비즈니스호텔 단지가 들어서는 점, 최근 광주까지 뚫린 호남선 KTX, 공항철도 및 신분당선 연결 예정이라는 '교통 허브'까지 강점으로 꼽힌다.



호텔신라의 한 관계자는 "일본 도쿄의 전자상가인 아키하바라가 침체됐다가 유커 덕분에 다시 살아난 효과가 면세점 입점을 통해 용산에서도 살아날 수 있다"며 "또한 외국인 관광객이 용산역을 찾게 되면 지방도시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인근의 관광특구 이태원을 비롯해 용산공원·국립중앙박물관·남산공원과의 근접성도 '관광 면세점'의 시너지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다.

이처럼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신청 마감이 50일가량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뿐 아니라 이미 신청 의사를 밝힌 현대백화점·SK네트웍스·신세계·한화갤러리아 등 다른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9일에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서울 강남 삼성동 무역센터점 2개 층을 리모델링해 강남권 최대 규모 면세점을 세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삼성동은 지난해 12월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관광특구'로 지정된 지역"이라며 "컨벤션 센터와 특급호텔 3개, 카지노, SM타운, 코엑스몰, 백화점, 도심공항터미널 등의 관광 인프라를 보유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최고 경쟁력을 지녔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은 특히 하나투어 등 관광 분야에 강점을 가진 다른 기업과 제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신세계·SK네트웍스·갤러리아 등은 그룹 계열사 보유 건물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진출 계획을 마련 중이다. 신세계는 웨스틴조선호텔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본점 등을, SK네트웍스는 신촌 홍대 및 종로 태평로 일대 계열사 빌딩 중에서 경쟁력 있는 곳을 찾고 있다. 갤러리아는 63빌딩, 태평로 한화빌딩과 프라자호텔 등을 검토 중이다. 갤러리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1년 만에 흑자를 내는 등 운영 노하우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신성장동력 차원에서 시내면세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시내 3곳 신규 면세점 중 2곳은 대기업에, 1곳은 중소기업에 돌아간다. 대기업 참여가 가능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선정은 15년 만이다. 관세청은 7월 중 사업자를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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