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직접투자 및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ㆍ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연계채권을 대거 인수하기로 했다. 또 중소기업 자금지원을 위해 4조3,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산은이 구조조정 펀드를 설립해 대기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매도자와의 가격차이로 대기업그룹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주식연계채권 대거 인수=산은은 중소기업이 발행하는 CBㆍBW 등 주식연계채권을 인수해 자금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또 향후 경기회복이 본격화할 경우 CBㆍBW를 주식으로 바꿔 중소기업 지분을 취득하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에 지분을 투자해 시세차익과 함께 경영에도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에 가속도를 붙임과 동시에 경기회복과 함께 주가가 상승할 경우 CB와 BW를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꾀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은은 올해 코스닥 상장기업인 평산이 발행한 CB 300억원을 인수한 것을 비롯해 ▦주성엔지니어링 BW(200억원) ▦이수화학 BW(200억원)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CB(150억원) ▦성진지오텍 BW(150억원) 등 모두 18개의 상장기업 주식연계채권을 인수했다. ◇사모펀드(PEF) 통한 자금지원도 병행=산은은 올해 중소기업에 4조3,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미래 성장성은 높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회사채를 인수하거나 PEF를 통해 유동성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녹색성장 기업을 위해 최대 1조원 규모의 그린퓨처 PEF를 조성하는 한편 회생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PEF를 구성해 기업 지분을 사들이거나 경영권을 인수하게 된다. 또 BB등급 이상의 중소기업 회사채를 인수해 1조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발행하기로 했으며 최대 1조원 규모의 미래스타펀드를 조성, 주식연계채권 50% 이상을 편입하기로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산은이 대기업 구조조정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구조조정과 자금지원에서는 가시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며 "특히 주식연계채권 투자로 산은과 중소기업이 모두 윈윈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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