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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소수의견도 없어… 이주열 한은총재의 '1%대 금리모험' 당분간 안할 듯

■ 한은, 기준금리 2% 동결… 전망은

내수지표 개선·악화 반복… 일단 지켜보자

엔저보다 늘어나는 가계부채가 부담된 듯

내년 경기 기대이하 땐 상반기께 내릴수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 개시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권욱기자


역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시장에 충분한 신호를 준 뒤 통화정책을 구사하겠다는 그의 철학은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그대로 투영됐다.

시장은 11월 기준금리를 '동결'로 전망해왔고 13일 열린 한은 금통위의 결정도 기준금리 2.0% 동결이었다. 금리동결을 전망한 시장은 위원회가 열리기 전부터 금리보다는 금통위 내의 '소수의견'과 이 총재의 발언에 더 집중했다. '신호'를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금리동결은 '만장일치'. 소수의견도 없었다. 1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다는 신호다. 더 나아가 "2% 금리는 경기를 뒷받침하는 수준이라는 인식을 유지하고 있다" "수출은 내용으로 보면 양호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금리로 환율을 대응할 수는 없다" 등 이 총재의 발언은 금리동결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지표는 엇갈리지만…"일단 지켜보자"
=금리동결의 직접적인 이유로 금리인하의 정책 효과를 좀 더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들었다. 이 총재는 "두 차례에 걸친 금리인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 확대 등으로 금융안정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으로 볼때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표 역시 엇갈리고 있어 한쪽 방향으로 가기가 애매하다는 얘기다. 실제 소매판매액지수는 9월 -3.2%(전월 대비) 역성장한 반면 설비투자지수는 13.2%로 반등했다. 한은 통화정책 방향에서 "내수 관련 지표들이 개선과 악화를 반복하고 있다"고 평했다.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더 얼어붙었다. 소비자심리지수와 기업경기실사지수를 종합한 경제심리지수(ESI)는 10월 92로 전월보다 5포인트나 밀렸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는 금리를 조정할 이유가 없다고 금통위가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엔저보다는 가계부채에 더 신경=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 이 총재는 "10월 중 은행의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동향을 정부당국과도 함께 예의주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8·9월에 늘어난 가계부채에 대해 "정책 모기지론이 확대된 특이요인이 있었다"고 했던 것에 비해 우려가 한층 짙어졌다. 다만 그는 "가계대출은 주택경기 상황에 좌우될 텐데 수급상황,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하면 급증세는 오래가지 않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엔저를 놓고 경계는 했지만 우려의 정도는 좀 옅어졌다. 그는 "오랜 기간 엔화 약세로 일본 기업 수익성이 개선됐고 일본 기업들이 단가인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경합도가 큰 우리 업종의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원화 역시 약세가 있었기 때문에 가격경쟁에서 그렇게 불리해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수출 역시 내용으로 보면 양호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환율은 금리 이외 주요국 경기상황, 국제 자금 흐름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주는 만큼 "환율을 금리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엔저에 대한 대응을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반대의사를 비친 것이다.

◇소수의견도 없었다=금통위가 끝난 뒤 기준금리의 조기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식었다. 소수의견이 없던 게 컸다. 그동안 한은은 7월 인하 소수의견→8월 인하, 9월 인하 소수의견→10월 인하의 공식을 따라왔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금리인하의 소수의견이 나왔다면 내년 초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내년에도 경기가 정부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안에 한 차례 금리인하가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주목했던 이 총재의 발언은 경기상황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보는 게 많았다. 그는 "유럽경기가 어렵고 엔저 우려가 사실이지만 시장의 반응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정확한 정보를 정부 등이 제공해서 인식의 간극을 좁히는 게 필요하다"고 한 것이 대표적. 시장은 이 총재의 이런 발언에 대해 기준금리 카드를 소진한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부진하고 경기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으니 경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립서비스 카드를 새롭게 꺼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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