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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보다 몸이 먼저 적응합디다” 대부도에서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 이강복씨에게 “농사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날아온 대답입니다. 그의 대답은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이씨는 농사를 지으면서부터 지병인 협심증이 시나브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야말로 농사를 지으면서 ‘임도 보고 뽕도 딴’셈이지요. 그는 지난해 4,000평의 하우스에서 포도 농사를 지으면서 수확철 등 일손이 필요한 때를 빼곤 혼자 힘으로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야말로 소 처럼 일한겁니다. 그는 기자에게 “육체 노동으로 얻는 쾌감은 농사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기쁨”이라며 “일을 끝내고 혼자 TV를 보다가 9시 뉴스가 끝나기 전에 곯아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대기업 계열사 CEO시절에 그의 표정을 본적은 없지만 지금 그의 표정은 생동감이 넘칩니다. 그런 그에게 적당한 낙향의 시점을 묻자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되 45세 정도부터 땅을 사놓고 단계적인 준비를 하는게 좋을 것 같다”며 “요새는 주5일 근무니까 주말 마다 내려가서 채소라도 가꿔보다가 쉰살이 넘어서 직장생활을 끝낼 때 자연스럽게 귀향하는게 좋지 않겠나”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는 또 “귀농은 실효성 없는 투자가 아니라 건강과 노후를 책임질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예순을 넘어서는 아무래도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남자가 직장생활 그만두고 집에 부인과 같이 있으면 매일 싸움만 하게 되니 뭐라도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차분히 준비하기는 임승기 교수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는 80년대 초에 땅을 사놓고 2000년에 집을 지어 이사오기까지 틈 나는대로 양평에 와서 나무도 심고, 터를 가꾸어 왔습니다. 임교수는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낙향한 후로 지병인 위장병이 사라졌습니다. 이밖에 두 사람의 공통점은 마을의 구성원으로 인정 받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했다는 것입니다. 기사에 쓴 것 처럼 임교수는 땅을 사고 나서 돼지를 잡아 잔치를 하고 마을 어른들에게 큰 절을 올렸습니다. 또 기사에 쓰지는 않았지만 그는 마을 환경을 어지럽히는 채석장의 허가를 막는데 앞장을 서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기사를 함께 취재한 맹준호 기자와 저의 기사간에 존재하는 괴리입니다. 맹준호 기자는 춘천에서 농사를 짓는 김태수씨를 취재하면서 낙향을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낙향을 단순히 낭만적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안된다는 거지요. 사실 제가 취재한 두 분의 귀향도 낭만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낙향은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트는 만큼 극복해야 할 현실의 벽이 엄존합니다. 하지만 ‘신귀거래사’라는 주제로 취재를 한 두 기자의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두 기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다는 방증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제 생각으로는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특별한 대안이 없는 분이라면 차분한 성찰과, 준비를 거쳐 낙향을 검토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합니다. 다만 재테크 차원에서 부동산 매입에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말년에 모은 재산을 잘못 투자 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 귀농에 실패한 사람중 대부분은 한 몫에 투자했다가 잘못된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지방 땅값은 상당히 오른 상황이고, 매물이 쌓이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갖고 있는 땅이나 물려 받은 농토가 팔리지 않는 분이라면 손해를 볼 일도 없겠지요. 어디 한번 시간을 가지고 차분히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용기를 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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