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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1차 소폭 편성→ 본 예산 수립→ 내년 상반기 추가 편성 가능성

[2단계 추경론 부상] <br>리먼 사태때도 2단계 걸쳐 진행<br>정권 교체기도 맞물려 개연성 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경기부양책이 다양한 각도에서 강구되는 가운데 박재완(왼쪽)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직전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최근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새누리당이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추진을 본격화한 가운데 당내에서 2단계 추경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시기상조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경기진작을 위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데는 총론적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침체가 길어질 수 있는 만큼 부양책도 단계적으로 꺼내겠다는 뜻이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7일 "우선 하반기 중 소폭의 추경예산을 짜고 그 이후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비교적 중립적으로 짜면 연말에 이를 통과시킨 뒤 경기 상황이 계속 나빠지면 내년 상반기에 다시 추경을 펴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당시에도 2008년 하반기에 5조원에 가까운 추경을 짰고 다음해 상반기에 29조원대의 추경을 폈다"고 덧붙였다.

2단계 추경 시나리오는 결국 '연내 소폭 추경 편성ㆍ승인→정부 내년도 예산안(혹은 수정예산안) 제출ㆍ승인→내년 상반기 소폭(혹은 중폭) 추경'의 흐름을 의미한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정권 교체기라는 정치 상황에 비춰볼 때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내년 예산은 이명박 정부가 짜지만 이를 집행하는 것은 오는 2013년에 출범하는 차기 정부다. 따라서 현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던 차기 정부의 색깔(대선 공약사업 등)을 내년 상반기 추경을 통해 첨가할 수 있다는 게 여야 정책통들의 해석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 6월 국제유가 급등의 악재를 빌미로 4조8,654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정치권의 처리 지연으로 약 3개월 후인 9월18일에야 통과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 리먼 사태로 금융위기 여파가 우리나라에까지 미치자 재정부는 이듬해 총지출 규모를 당초 제출안보다 8.3%(10조4,000억원) 늘린 수정예산안을 2008년 11월 국회에 제출해 연말에 통과시켰다. 이듬해 3월 정부는 다시 사상 최대 규모인 29조원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 4월 말 국회 승인을 얻었다.

다만 재정부는 올해 하반기 추경 편성 여부를 판단하기 이르다면서 적어도 외견상은 여전히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기 저점이 지난 2ㆍ4분기였을 수도 있고 다가올 4ㆍ4분기가 될 수도 있는데 (추경 편성의 법적 요건인)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며 "아직은 추경 편성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꺾이면 경기침체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만약 성장률이 2.9% 정도로 떨어진다고 해도 3% 초반대로 예측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즉 성장률 외에도 고용지표, 경기선행ㆍ동행지수, 외환시장 동향, 물가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경기 판단을 해야지 단순히 성장률이 2%대로 떨어졌다고 경기침체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경제 전문가들도 연말에 제대로 집행하지도 못할 누더기 추경을 펴기보다는 차라리 내년도 예산을 보다 선제적이고 충분하게 편성한다는 쪽에 대체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가능하면 연내 예산을 내실 있게 짜야 하는데 그 전제조건은 2013년 경기전망을 낙관하지 않는 것이다. 재정부는 지난해 말 2012년 예산안을 짤 때도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로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펴 눈총을 받았는데 결국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3.7%→3.3%)했으며 그나마도 재조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초 재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4.3%로 낙관한 상황.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이를 조만간 하향 조정할 것임을 시사했으나 얼마나 냉철하게 수정할지는 미지수다. 대선을 앞두고 성장률 대폭 하향 조정이 야권의 정치공세 빌미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고 자칫 얼어 있는 경제주체들의 투자ㆍ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정부보다 낮은 4.0%로 내다봤으며 이를 추가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도 최소한 3%대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야 시장과 정치권의 신뢰를 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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