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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권의 신용사회로 가는길] 어음을 없애자

『요즘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60일 어음, 90일 어음을 받아도 돈이 제 수중에 들어오기 전까지 어음을 준 회사가 부도나지 말라고 매일같이 기도합니다.』 기계 부품업을 취급하는 L씨의 말이다.최근들어 기업의 부도율과 어음부도율이 감소함에도 불구, 대부분의 중소기업인들은 여전히 어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 리서치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인들 대부분이 현행 어음제도가 연쇄부도, 흑자도산, 대기업의 횡포 등을 유발해 경제회생의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어음제도의 폐지」에 대해 대부분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492개업체 중소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73.9%가 어음 때문에 부도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61%가 기업을 운영하는데 어음이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어음제도의 폐지시기에 대한 응답에서는 28.4%가 즉시, 30%가 2-3년내, 33.3%가 5년내의 단계적 폐지를 각각 선호했다. 이러한 어음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는 올바른 신용사회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음발행과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음 발행기업에 대한 신용도가 제대로 파악돼야 하나 우리의 경우 신용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업의 신용도가 파악되면 신용낮은 기업의 어음발행은 제한되고유통도 어려워지므로 어음을 받은 기업의 부도위험이 자연스럽게 낮아지게 된다. 두번째 문제점은 대기업의 어음횡포다.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을 이용해 어음거래를 강요함으로써 비용을 전가시키는 점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부도위험이 적던 대기업도 최근에는 언제 좌초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기업 부도가능성 증대가 어음거래의 심각성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세번째, 어음사기단의 갑작스런 증가는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도 있다. 따라서 어음제도 폐지에 대해 긍정적인 기업인들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런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어음을 폐지한다는 것은 무리다. 하루아침에 어음제도를 폐지할 경우 엄청난 혼란이 빚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발행규모가 총통화의 40%에 달하는 어음을 없앤다는 것은 실로 보통일이 아니다. 따라서 점진적인 어음제도의 개혁이 폐지 이전에 선행돼야 한다. 어음제도의 개혁으로는 첫째, 기업들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 연4회 이상의 1차부도 기준을 연2회 이상의 1차부도로 축소개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둘째, 자신의 경영상태에 대해 평가받을 수 있는 지급기일 약정수표를 도입하는 방안도 강구될 만하다. 지급기일 약정수표의 경우, 자기앞수표와 같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 어음거래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셋째, 정부의 세정개혁이 절실하다. 허위 예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기업에 대한 형사처벌을 엄격히 처리해 어음제도의 폐단을 최대한 억제시켜야 한다. 넷째, 어음 부도에 따른 선의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활한 채권회수가 가능토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진정한 어음제도의 확립을 위해서는 올바른 신용사회의 정착이 선행돼야만 한다. 어음제도의 본질은 기업과 기업간의 신용속에서 태어난 약속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서울신용정보 02-3445-5000 SCITOP@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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