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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수사 커가는 의문(사설)
입력1997-02-13 00:00:00
수정
1997.02.13 00:00:00
한보수사가 국민들의 기대와는 동떨어진채 핵심에서 멀리 맴돌고 있어 본질이 희석되고 있는 것 같다.한보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구속과 소환숫자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수사 초점에서 빗나가고 있다는 의혹은 오히려 부풀어 오르고 있다.
수조원에 이르는 불법대출은 은행장의 명줄을 쥐고 있는 사람의 외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렇다면 한보수사의 본질은 누가 외압을 행사했느냐이다. 또 그 외압의 실체를 밝혀내는 일이 당연히 수사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수사는 그것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구속되었거나 검찰에 소환돼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외압을 부인하면서 결백을 주장, 반발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가신은 「깃털」론을 펴 외압의 핵심이 아님을 주장했다. 신한국당 9용중의 한 의원은 「음모」론을 제기했다.
야당 정치인은 대가성없는 떡값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검찰수사에 대한 정치인들의 반발과 저항은 여당 내부의 권력투쟁론과 희생양론으로 발전, 수사의 핵심과는 관계없는 곳으로 비화하고 있다. 심지어는 정태수씨와의 흥정설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논과 설이 분분한 것은 검찰수사가 핵심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뜻한다. 또 혐의에 대해 저항을 표시하는 것은 검찰수사에 대해 불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들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믿을건 아니겠지만 국민들로 하여금 의문을 더해주는 대목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깃털」론의 의미는 깃털을 수없이 달고 있는 「몸체」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 몸체가 바로 외압의 핵심일 수 있다. 「음모」설에는 음모의 주체가 있고 「희생양」론에도 주체가 있을 것이다.
또 검찰수사에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은 열쇠를 쥐고 있을 한보측 사람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뒤늦거나 아예 붙잡아 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외압의 실체를 알고 있을 정보근씨가 뒤늦게 조사를 받았다. 한보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정회장 친인척은 아예 조사할 생각조차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한보계열사 대부분이 그 엄청난 의혹과는 무관한듯 멀쩡하다. 과거의 예에서 보아왔듯이 이만한 사건이라면 계열사는 벌써 공중분해 됐을 것이다. 한보 봐주기와 흥정설의 의혹이 제기될 만한 것이다.
수서사건때도 자금관리를 담당했던 여직원이 잠적해 버렸다. 역시 압력의 실체를 당시에 밝히지 못한채 축소 수사의 의혹이 제기되었으며 한보는 다시 회생, 또한번 큰 일을 저질렀다.
한보의혹이 풀리지 않으면서 정권과 검찰에 대한 불신은 깊어져가고 있다. 외압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하면 검찰의 명예뿐 아니라 정권내내 족쇄로 작용할 것이다. 대선에서는 물론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서도 후유증으로 남게 될 것이다. 덮어둔다고 해서 덮어지지 않는다는 수서사건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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