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연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다 달러약세 현상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화예금 잔액이 가파르게 줄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시중은행 외화예금 잔액은 달러강세와 함께 꾸준히 늘어났지만 지난달부터 원화가치가 상승하고 있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외화예금 잔액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이성태 한은 총재가 이날 "경우에 따라서는 기준금리가 일부 인상되더라도 그 상태가 여전히 완화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며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 상승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외화예금팀의 한 관계자는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올해 말부터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외화예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달러예금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부터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감소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지난 2월 말 42억500만달러에서 꾸준히 늘어나 7월 말에는 50조4,900만달러를 나타냈지만 8월에는 46억8,600만달러로 줄었다. 신한은행 외화예금 잔액도 2월 말 42억달러에서 7월에는 52억9,100만달러까지 크게 증가했지만 원화강세가 본격화된 8월부터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나은행 외화예금 잔액 역시 2월 23억9,000만달러에서 7월에는 33억3,800만달러까지 증가했지만 8월에는 27억달러까지 줄었다. 기업은행 외화예금 잔액도 2월 말 15억6,000만달러에서 7월 말 20억달러를 넘어섰지만 8월에는 18억6,500만달러로 떨어졌다. 올 초 달러강세에 힘입어 시중유동성을 흡수했던 외화예금이 이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원화에 대한 달러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으로 원화가치는 더욱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원ㆍ달러 환율은 3월 달러당 1,575억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반전, 현재 1,22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엔화 강세로 엔화예금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외화예금의 80~90%를 달러예금이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달러약세에 따른 외화예금 감소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출구전략을 실행에 옮길 경우 원화강세에 따른 달러예금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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