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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공신력 타격 `통상 迷兒` 우려
입력2004-02-11 00:00:00
수정
2004.02.11 00:00:00
조철환 기자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안이 9일 또 다시 무산됨에 따라 한국은 국제적 신뢰 추락은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특히 지난해 9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결렬을 계기로, 국제무역 협상이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구도에서 FTA 중심의 양자간 구도로 바뀌는 국면에서 정치적 이유로 FTA 비준이 계속 늦어지면서 한국은 국제 협상에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지게 됐다.
10일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16일에도 국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되지 않아, FTA 자체가 무산될 경우 한국은 향후 10년간 20억달러, 간접적 피해까지 포함하면 최대 70억달러 가량의 수출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칠레에 매년 5억달러 안팎을 수출하고 있는데 FTA 체결 실패로 연간 2억~3억달러의 직접적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또 FTA가 체결될 경우 예상됐던 향후 10년간의 수출 증가분까지 감안하면 최대 피해액은 10년간 70억달러까지로 늘어난다.
실제로 그동안 FTA 비준 지연으로 한국 기업은 칠레에서의 점유율이 급락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칠레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18.8%로 2002년(20.5%)보다 1.7% 포인트 떨어졌으며 컬러TV와 휴대전화, 전자레인지도 9.54%(전년 22.87%), 9.48%(13.41%), 17.01%(26.11%)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수출 피해액도 이미 360여억원에 달한 상태이다.
경제적 손실보다 심각한 것은 우리 나라의 대외 공신력이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칠레 정부와 의회는 일부 언론의 반대에도 불구, 모든 절차를 마치고 우리 국회의 비준을 기다려 왔다”며 “비준 무산으로 칠레와의 외교관계 악화는 물론, 한국을 믿지 못하게 된 다른 국가와의 FTA 협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일부에서는 굳이 서둘러 처리하지 말고, 4월 총선이후 17대 국회에서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물정을 모르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17대 국회가 구성되면 정부는 비준안 제출부터 모든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므로 비준이 상당 기간 지연될 수 밖에 없으며, 칠레는 이를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FTA에 대한 한국 국회의 부정적 태도는 이미 협상이 시작된 한·일 FTA와 싱가포르와의 FTA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쳐 FTA 체결이 무산되거나 설사 체결되더라도 한국에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이미 FTA에 관한한 세계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전세계에서 발효된 255건의 FTA 중 단 하나에도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처지의 나라는 148개 WTO 회원국 중 중국, 홍콩, 몽골 등 6개 국가에 불과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관계자는 “전세계적 유행이 되고 있는 FTA 흐름에서의 이탈은 세계 무역에서의 고립을 뜻한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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