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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연초부터 '진퇴양난'

수출 부진에 소비회복 기대도 어려워<br>물가불안 우려 금리인하 쉽지 않을듯


한국 경제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소비자물가는 원자재값 상승 여파로 4%대 부근까지 치솟았고 경기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물가상승과 경기둔화라는 그물에 꼼짝없이 갇혀버린 형국이다. 경기의 급격한 둔화를 막기 위해 정부의 부양책과 한국은행의 통화완화정책이 요구되고 있지만 물가 오름세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당국으로서도 운신의 폭이 제한되는 상황이다. ◇물가 ‘비상등’ 울려= 소비자물가가 4%대에 육박하면서 가계에 주름살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3.0%에 진입한 이후 3.5%(11월), 3.6%(12월) 등 오름폭도 확대되고 있다. 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 여파로 식료품ㆍ교통비ㆍ외식비 등이 앙등했다. 전년 동월 대비 5.7%나 크게 오른 공업제품의 경우 전월에 비해 밀가루가 31.5%나 급등했고 금반지도 12.6% 상승했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도 10% 이상 뛰었다. 개인서비스 부문은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했다. 외식의 경우 자장면값이 6.7% 인상됐고 자동차보험료는 5.9%, 해외단체여행비도 4.2% 올랐다. 한상섭 한국은행 물가분석팀 팀장은 “유가 도입단가가 당초 예측치보다 높은데다 지난해 1월(1.7%)의 낮은 기저 효과로 1월 소비자물가가 높게 나왔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오름세가 2ㆍ3월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말 자장면값 인상 등 외식비 증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밀가루값 폭등 여파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과ㆍ라면 등의 식료품값 인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는 3월에는 특히 대학 및 고등학교, 사설학원까지 납입금이 집중되는 시기로 최근 등록금이 크게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물가상승 압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 불확실성 커져=경기의 양축인 소비와 수출 모두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수출의 경우 미국과 중국의 경제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둔화로 상당 부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무역적자가 12ㆍ1월 두 달 연속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데서도 확인된다. 결국 올 경기의 버팀목은 소비인데 이마저도 물가 급등과 주가 하락 등에 따른 부의 역효과 등으로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통계청이 밝힌 12월 소비자판매는 전월 대비 1.7% 줄어 10월(-0.9%), 11월(-1.2%)에 이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1월에는 주가가 1,500선까지 급락함에 따라 민간의 소비 위축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물가가 4%대까지 육박함에 따라 승용차 출퇴근을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이 증가하는 등 주머니를 닫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가계뿐 아니라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매우 어둡다. 최근 한은이 조사한 ‘1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체의 2월 업황 전망은 5개월 연속 하락세다. 또한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12월 경기선행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9개월 만에 하락으로 돌아서 경기에 대한 심리가 점점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진퇴양난의 한은, 선택은=이 같은 경기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경기급랭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은이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하며 내외 금리 차가 2%포인트로 확대, 외국인의 재정거래 유인이 커진 점도 한은의 금리인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물가 오름세가 심상찮은 상황에서 당장 한은의 통화정책 스탠스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급등은 채권시장에 부정적 요소지만 이날 시장이 크게 반응하지 않았던 것은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하지만 물가상승 압박이 강하기 때문에 1ㆍ4분기에는 어렵고 2ㆍ4분기 이후나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명분상으로도 물가오름세가 꺾이는 시점에 한은이 움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 역시 “물가는 높지만 경기가 확연하게 꺾였다는 지표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어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감을 잡기 어려운 상태”라며 “특히 지난달에 시장에 시그널을 주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2월에 행동으로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금리인하 시점이 2월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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