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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긴 불황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국내 대표 해운사들이 3·4분기 동반 흑자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힘겨운 재무구조 개선과 구조조정의 과정을 거쳐 체질을 바꾼 주요 해운사들이 이번 분기에 흑자로 돌아서면 한국 해운은 4년여 만에 흑자 시대를 열게 된다.
17일 증권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해운업계 빅2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최근 여름 성수기 운임상승 효과에 힘입어 올 3·4분기 각각 577억과 211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한진해운은 2·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게 되고 현대상선은 흑자전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이들 두 회사는 이달 들어 아시아∼유럽, 아시아~미주 등 주요 노선에 대한 운임 인상이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영업에 파란불이 켜졌다. 아시아에서 미주 서안으로 가는 컨테이너 항로 운임은 7월 말 1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765달러에서 이달 들어 2,198달러로 24.5% 올랐다.
벌크선사들도 3·4분기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팬오션의 경우 이미 상반기에 흑자를 달성했으며 대한해운도 지난해부터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벌크선사의 경우 장기계약 물량을 중심으로 영업을 진행하는 만큼 이변이 없는 한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팬오션·대한해운 등 과거 이른바 해운 '빅4'로 불렸던 4개 회사가 동반 흑자를 기록할 경우 이는 2010년 2·4분기 이후 4년 만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컨테이너 선사는 2010년 반짝 호황으로 흑자를 내기도 했지만 팬오션 등 벌크선사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운임이 곤두박질치면서 적자행진을 이어왔다. 더욱이 2011년 초 업계 4위였던 대한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고 지난해 팬오션마저 회생절차에 돌입하며 해운 빅4라는 말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하지만 해운업계의 흑자전환은 재무개선 및 구조조정의 영향이 큰 만큼 흑자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시황개선과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머스크 등이 추진하던 P3가 무산돼 가격 인하 치킨게임의 우려가 사라진데다 선진국 경기가 살아나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하반기 해운보증기금 설립 등 선사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이 마련된다면 해운업계가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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