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내 공장 증설이 가능한 첨단업종의 품목을 대폭 줄인 것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의원들의 반발에 백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집권 후반기를 맞은 이명박(MB) 정부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고려한 것도 작용했다. 하지만 정부가 불과 5개월 만에 관련 품목의 수를 현행 158개에서 265개로 늘리려다 되레 142개로 줄이면서 '원칙 없는 고무줄 정책'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정부가 '지방 균형 발전'과 '국가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사이에 해당 기업은 중장기 경영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정부 눈치만 볼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 반발에 백기=12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시행규칙은 앞으로 수도권 내 신증설되는 첨단업종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만큼 기준도 강화된다는 것을 뜻한다. 현행 산집법상 첨단업종은 99개 업종 158개 품목이다. 하지만 정부는 첨단업종의 수도권 증설에 대한 기업의 요구와 인력 확보 등을 고려해 업종은 92개로 줄이되 품목은 265개로 늘리는 내용을 지난 3월 말에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지방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수도권의 공장증설 규제가 완화되면 지방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몰려갈 것을 우려한 구미나 김천 등지의 지자체들이 강력 반발했다. 여기에 지방에 연고를 둔 지방의원들까지 적극 가세하면서 지경부를 더욱 움츠리게 만들었다. 결국 수도권 증설 완화를 계획했던 지경부는 산집법을 입법 예고한 지 5개월 만에 되레 품목 수를 축소시킨 내용으로 최종 공포, 시행하게 됐다. 결국 불과 몇 개월 만에 첨단 업종 수가 100개가량 늘었다가 다시 크게 줄어드는 고무줄 정책의 난맥을 보인 셈이다. ◇KCC 여주 공장 증설 물건너가=지경부는 앞으로 수도권의 첨단업종 공장 증설에 대해 기존보다 더 강한 조건을 내걸었다. 무늬만 첨단업종이 아니라 실제로 기업들이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수도권이 아니면 증설이 힘든 제한된 경우에만 첨단업종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새로 첨단업종으로 추가된 초고순도 질소가스와 바이시밀러 등 9개 품목이 경우도 품목별로 최대 1,100억원의 투자의향과 함께 기업들이 수십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게 지경부의 분석이다. 이번에 첨단 업종에서 제외된 KCC의 자동차용 안전유리 여주 공장 증설 문제도 투자의 현실성과 증설의 범위가 예전보다 엄격하게 적용됐다. 권평오 지식경제부 지역경제정책관은 "KCC의 1조2,000억원 투자 계획은 그 규모를 고려할 때 증설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사실상 신설에 가깝다"며 "아울러 투자의 현실성도 다소 의문스럽고 이 품목은 지방에 설비를 건설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1997년에 처음 제정된 산집법상 첨단업종은 그동안 2~3년을 주기로 4번에 거쳐 품목이 변경돼 왔고 이번에 바뀐 것은 2007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한편 지경부는 이번에 품목 중에서도 적용 범위가 모호해 오해의 우려가 있는 10개 품목에 대해서도 적용범위를 보다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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