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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벤처기업과 코스닥 열풍
입력1999-11-25 00:00:00
수정
1999.11.25 00:00:00
80년대 말 증시에 물타기·뻥튀기가 난무하며 투기열풍에 휩싸인 적이 있다. 증시활황과 함께 기업공개가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며 하루 아침에 떼부자가 된 중소 상장기업들이 부지기수였다.구멍가게 수준의 중소기업들이 정부의 묵인 아래 물타기 증자로 자본금을 크게 부풀리고 공모가를 터무니없이 뻥튀기해 증시에 상장시키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재테크가 유행병처럼 번졌었다. 이같은 비정상적인 투기바람은 대주주의 배만 불리고 나중에는 증시에 큰 짐이 됐다.
최근의 코스닥 열풍은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코스닥시장이 올들어 벤처지수 5배 상승, 거래량 1억5,000만주, 시가총액 40조원 돌파 등 각종 신기록을 쏟아내며 놀라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코스닥등록을 통해 한몫 챙기려는 중소·벤처기업들이 줄을 서면서 코스닥시장이 「정부가 공인한 투기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느낌이다.
코스닥 등록과 함께 벤처정신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재테크 전문기업으로 발빠르게 변신하는 벤처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코스닥이 한탕 하는 「노다지 시장」으로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벤처자본을 못 끌어오고 코스닥 등록을 모르면 무능한 기업인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다.
겉모습만 벤처기업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한 후 코스닥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많다. 업종이나 기업내용에 관계없이 창업투자회사에서 10%의 자본을 출자받거나 특허만 갖고 있으면 벤처기업으로 문패를 바꿔 달 수 있다.
벤처기업이라는 프리미엄 하나로 기업 내재가치의 열배, 스무배나 되는 높은 가격에 주식이 불티나게 팔리는 기현상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니 과열 거품논쟁이 일 정도로 벤처산업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다. 벤처기업에 출자, 코스닥 등록을 시켜 잘만 하면 단번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에 너도 나도 벤처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코스닥기업 대주주들은 등록 후 6개월 이내에는 주식을 팔지 못하게 돼 있으나 벤처캐피털은 상관이 없다.
최근 벤처캐피털이 코스닥 등록과 동시에 장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비싼 값에 출자한 돈을 회수하기 위해 지분을 몽땅 팔아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등록을 전후해 서너달 사이에 하루가 멀다하고 유·무상증자나 사모CB를 발행해 자본금을 5~10배나 늘린 경우는 보통이다. 아예 등록과 함께 보유지분을 비싼 값에 모두 처분, 경영에서 손을 떼고 회사를 떠나는 무책임한 기업주들도 생겨나고 있다
골드뱅크의 경우 4개월 사이 무려 22회에 걸쳐 헐값에 사모 전환사채 및 해외 전환사채를 발행, 물의를 일으켜 현재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또 14개사에 20차례에 걸쳐 314억여원을 출자, 지분참여하거나 기업을 인수하는 문어발식 확장으로 또한번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한국디지탈라인 등 상당수의 코스닥기업이 유·무상증자, CB발행 등을 밥먹듯하며 연구개발 등은 뒷전인 채 재테크나 몸집부풀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코스닥 열풍에 편승, 설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기업이나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기업들이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앞다퉈 코스닥에 명함을 내밀고 있다.
「도박장, PC방, 실험용 쥐 사육판매, 부동산업, 연예인 매니지먼트….」
현재 코스닥 등록을 신청했거나 심사 중인 기업들의 면면이다.
연말까지 158개사가 등록 대기 중이고 증권사마다 등록의뢰 기업이 10~30개사에 달한다. 코스닥기업도 390개로 상장기업 722개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이르면 1~2년 안에 상장기업수와 맞먹는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거래량은 거래소의 25%까지 따라갔고 시가총액도 40조원을 넘었다.
코스닥 벤처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직 많은 부작용이 있지만 자금조달 여건이 열악한 중소 벤처기업에 든든하고 확실한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벤처정신과 창업의욕을 북돋우며 창업과 일자리 창출에도 큰몫을 하고 있다.
코스닥이 명실공히 중소기업과 벤처산업 육성의 산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양적 성장 못지않게 부작용을 근절하기 위한 시스템 및 제도보완 등 질적 개선이 시급하다.
벤처기업의 성공률이 10% 안팎에 머물고 코스닥투자자의 95%가 개인들인데다 시장 인프라, 즉 제도나 전산시스템 등이 미비해 고수익 못지않게 투자위험이 높은 곳이 코스닥시장이다. 특히 거래급증에 따른 매매지연이나 공시·감리 검사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불공정거래가 판을 치고 있다. 정보부족으로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도 모른 채 공중에다 총을 쏘는 식의 눈먼투자가 다반사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증권당국의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코스닥기업은 유통주식수가 워낙 적어 작전세력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대주주가 장난치는 것은 물론 종목마다 임자가 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투자자보호에 구멍이 많다.
창업의욕을 꺾지 않는 범위에서 엄격하고 빈틈없는 법적·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더이상 「묻지마 등록」「묻지마 투자」「대주주의 한몫 챙기기」「주가조작」 등 불법·불공정거래 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코스닥도 크고 우량중소 벤처기업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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