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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사진)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경제가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고통을 겪고 있다”며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신라호텔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서울 컨퍼런스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 경제가 예전처럼 6~7%씩 고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ADB가 보는 내년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3.5%로 우리 정부 전망치(3.9%)보다 0.4%포인트 낮다.
그가 보는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고령화와 이에 따른 저성장이다. 경제는 점점 활력을 잃어가는데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저성장이 이어지면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면서 세대 간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면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진 한국 경제의 특성상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기는 어려운 만큼 서비스업 등에서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어로 수업하는 학교를 세운다면 인도네시아에 인재를 ‘수출’할 수 있지 않느냐”며 이같이 역설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교육열이 높아 대졸자가 많은데 일자리는 각종 규제에 묶여 늘어날 여지가 막혀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같은 규제 완화는 70~80년대처럼 ‘화끈하게’ 밀어붙일 수 없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내년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구조상 수출 의존도가 높아 변동성이 높지만 동남아 등 신흥국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일본이 90년대 버블붕괴 이후 사회통합이 이뤄지지 않아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했다“며 ”사회의 다층적 요구를 조화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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