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1%대 저물가에 대해 경고음을 울렸다. 금통위가 우리 경제의 저물가 현상을 정면으로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단순히 경기둔화에 따른 요인이 아니라 경제구조 변화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2일 공개된 6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는 "최근 1%대의 저물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인구구조 변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에 따른 구조적인 총수요 변화에 기인하는 것일 수 있다"며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이를 향후 물가 전망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 연속 1%대에 머물러 있다. 6월 금통위 이후에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도 전년동기 대비 1.0% 상승에 그쳤다.
이는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목표 하단인 2.5%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1%대 물가가 장기화하자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 하락에 따른 공급측면의 영향이 크다고 주장해온 정부와 경제전문가들도 최근에는 수요, 즉 내수부진에 따른 영향에 주목하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과도하게 낮은 물가가 경제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디플레이션은 아니지만 성장 부문에서 볼 때 경기의 수요가 미약한 상태에서 나오는 물가안정이라 좋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여름 장마철 농수산물 값 상승으로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저물가를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금통위원 지적에 따라 한은의 물가전망과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6월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및 농산물 가격 변동 등 공급 측면의 특이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당분간 낮게 유지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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