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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찬 성신양회 사장
입력2004-02-24 00:00:00
수정
2004.02.24 00:00:00
손철 기자
지난 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수많은 기업들이 간판을 내리거나 외국계 혹은 국내 타기업에 흡수됐다. 성신양회 역시 채권단의 소위 `살생부`에 올라 있었다. 외환위기 직전 건설에 들어간 단양 2공장에 4,000억원을 투입하면서 살인적인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건설 경기마저 주저앉아 시멘트 수요도 급감했다.
미운 오리새끼였던 성신양회는 그야말로`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 백조로 화려하게 탈바꿈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01년 흑자로 전환한 뒤 지난해에는 경상이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 금융기관을 전전할 당시 한 은행관계자가 담배 한 갑을 내 앞에 꺼내 보이며 말하더군요. `주식 값이 담배 한 갑 가격도 안 되는 회사에 어떻게…`라고 하더군요.”
박찬(54) 성신양회 사장은 회사가 경영난을 겪을 당시 겪었던 설움부터 이야기했다. “그때 어떻든 자력으로 살아 남자고 임직원들과 다짐하고 시멘트와 관련이 적으면 자산, 계열사 할 것 없이 모두 매각했습니다. 심지어 완공 후 입주 한 번 못해본 사옥까지도 팔았습니다.”
그는“저희 회사 주가가 이제는 담배 열 갑 이상 나간다”면서 임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성신양회 노조는 600여명의 동료가 회사를 떠나는 아픔을 묵묵히 견디며 상여금을 반납하고 임금협상을 전적으로 회사에 위임했다.
67년 설립돼 30년 간 한 우물을 파며 착실히 다져온 성신의 내실이 IMF 관리체제를 맞은면서 한 순간에 허물어졌지만 박 사장은 “지난 3년 여 동안 1,000여명의 임직원이 `잃어버린 30년`을 찾기 위해 와신상담(臥薪嘗膽) 했다”고 말했다.
“올해 7,000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율 목표를 25%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당기순이익이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해를 초우량기업으로 가는 원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연장선에서 성신양회는 신규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전통산업인 시멘트에서 고부가가치의 IT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정관상 사업목적에 `반도체 및 광(光)산업`분야를 추가했다.
박 사장은 “회사가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1년 여 전부터 `신사업 리서치팀`을 운영해왔다”면서 “발광다이오드(LED) 시장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돼 원천기술을 확보, 사업타당성을 최종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까지 차입금 수준이 높고 `안정 속 성장`이라는 회사의 기조를 유지하는 차원에서라도 당분간은 안정된 수익 및 재무구조를 구축하는데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며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는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시멘트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올 해 200억원을 투입, 100만톤의 몰탈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산업 전반을 강타하고 있는 `원자재 난`이 올 해 성신의 목표를 가로막고 있다. 박 사장은“시멘트를 굽는 과정(소성)에서 에너지원으로 대량의 유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데 유연탄은 대부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보다 유연탄 가격이 무려 배 가까이 상승한 데다 해상운임 마저 폭등해 원가상승에 막대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장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각종 부대비용 지출을 줄여가는 데 우선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나 상반기 내내 원자재 가격 및 운임 상승이 이어진다면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혀 그는 하반기 시멘트가격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반 평생을 시멘트와 함께 해온 박 사장은 올 해 업계 전망에 대해 “시멘트 부분에서도 내수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지난해 저성장 속에서도 업계가 7%이상 성장한 점을 감안할 때 올해 3~5%의 성장률은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신양회는 올해 5%이상의 물량 증대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박 사장은 “올해 목표 실적을 달성하면 당연히 내년에도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제대로 배당을 못해 주주들에게 면목이 없었습니다. 회사의 강점을 유지, 개발해 초우량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주주와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신양회는 올해 주당 1,5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말단사원 이름까지 외는 `공감경영`
박찬 사장은 회사경영과 업계 현황에 대한 시각과 의견을 막힘없이 쏟아냈다.
박 사장은 대학 졸업과 함께 성신양회에 투신, 줄곧 시멘트 인생을 살아왔다. 한마디로 `전문성을 갖춘 CEO`다.
직원들은 박 사장의 경영스타일을 `공감(共感)경영`이라고 평했다.
그는 임직원 모두가 주인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전체의 행복을 생각하다보면 조직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저절로 이익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전체 임직원과 주주가 바라는 것, 회사의 이윤에 부합되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이를 행동에 옮겨야 한다.”
박 사장이 말하는 `공감경영`의 요체다. 이를 위해 그는 “질 높은 복지수준을 임직원에게 제공하고 훌륭한 기업문화를 가꿔가면서 자연스럽게 (인성이) 몸에 배도록 유도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임직원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 순위에 놓으려고 애쓰고 있다.
조직력은 기본적으로 구성원 능력의 총합이란 점에서 한 명, 한 명이 인성과 실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총무팀 관계자는 “박 사장이 직원 재교육과 자기계발에 대한 투자는 결코 아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지방 공장(단양)에 내려가는 일을 매주 거르지 않는다. 덕분에 공장과 부서의 말단사원 이름까지 꿰차고 있다. 노사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노사가 서로를 공동운명체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본은 많은 접촉과 대화”라고 말했다.
◇약력
▲49년 서울
▲68년 중동고 졸업
▲77년 성균관대 불문과 졸업
▲78년 성신양회 입사
▲95년 성신양회 이사
▲97년 성신양회 상무 이사
▲99년 성신양회 전무 이
▲2000년 성신양회 부사장(사장 대행)
▲2001년 성신양회 대표이사 사장
<손철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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