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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김영수 기협중앙회장
입력2003-07-06 00:00:00
수정
2003.07.06 00:00:00
대담 박민수 성장기업부장 minsoo@sed.co.kr
“개별적으로 흩어진 중소기업들의 힘과 의견을 한곳에 모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기협중앙회를 중심으로 벤처기업협회와 여성벤처기업협회, 소상공인연합회, 서비스업종 관련단체 등을 아우르는 연합단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시대적요구의 산물입니다”
김영수 기협중앙회장은 중소기업들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인력난, 자금난, 판매난 등 사면초가에 내몰리고 있다며 역량을 한곳에 모으고 공동의 목소리를 정부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는 중소기업 연합단체를 만드는 것이 절실한 만큼 현재 관련단체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기협중앙회를 정점으로 6~7개의 하부조직 네트워크를 만들고 개별단체들이 회원과 업체들을 독자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회장은 올해말로 여의도전시장 무상임대 사용이 만료됨에 따라 전시컨벤션과 원스톱서비스, 비즈니스허브 등의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기능을 집적화한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건립에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회장은 “상암동과 김포공항주변, 마곡동 등을 대상으로 부지를 물색하고 있고 중앙정부에 건축비 일부에 대한 국고지원을 신청해 놓은 상태”라며 “종합지원센터 건립은 중소업계의 숙원사업인 만큼 중소업계와 중앙정부가 국가경쟁력 제고, 중기 판로망개척 차원에서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사장을 만나보면 사람을 못구해 죽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중소기업 인력난, 특히 청년실업자를 중소기업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정말 문제입니다. 지난 5월중 실업률은 3.2%를 기록했고 이중 청년실업률은 7.2%, 35만8,000명에 달합니다. 반면 중소기업 생산직 인력부족률은 12.2%, 20만명에 이르고 있어 실업과 구인난이 공존하는 기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인력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조속히 만들어 국가차원의 지원을 서둘러야 합니다. 개별부처에 흩어져 있는 관련제도를 인력지원특별법에 집중시켜 젊은층과 유휴인력이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싶어하는 중장기적 인력유입 프로그램과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또 대기업 이력서가 성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대기업 못지않게 임금과 복지수준이 높은 중소기업들이 많습니다. 평생 샐러리맨으로 남기보다는 용기와 도전정신을 가지고 중소기업에서 전문지식을 넓히고 나아가 창업에 나서는 젊은이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중소기업 실업난에 이제는 정부가 나설 때라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이와 맞물려 외국인 고용에 있어 산업연수생제도와 고용허가제를 병행실시하는 쪽으로 정부방침이 굳어진 것 같습니다. 문제점은 없을까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정부에 건의할 것도 많구요. 우선 서비스업종에 한해 고용허가제를 적용시키고 여기서 나타나는 부작용과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제조업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노동부는 서비스업, 제조업 구분하지 않고 동시에 전면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의견조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동일업종, 동일사업장에 대해서는 산업연수생제도나 고용허가제중 한가지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두개를 모두 허용한다면 업체간, 피고용인 사이에 혼란만 가중될 수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고용허가제 도입에 따른 노사분규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예방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중소업계는 고용허가제 도입에 따른 노사분쟁을 경영정책 수립에 있어 가장 위험한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이유가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탄압 이미지를 벗기 위한 것이니 만큼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단체행동권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사업장에 외국인 노조가 생기면 한국인 노조도 생길 것입니다. 복수노조가 됩니다. 이들이 상위단체와 공동보조를 취한다면 중소기업은 노조파업과 태업으로 극도의 혼란을 겪을 것입니다.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고용허가제 도입에 따른 문제점을 꼼꼼히 따져보고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이 부분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정부가 고용허가제 도입에 따른 문제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이제 화제를 인력난에서 자금난으로 돌려보죠. 돈 문제도 앞이 깜깜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요.
▲맞습니다. 경기침체와 금융경색 심화가 가중되면서 중소기업 어음부도율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중은행은 대출을 늘렸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기업대출이 아니라 가계대출로 흘러들어 가는 것입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죠. 행장은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한다고 하지만 실무진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대출연장은 안되고 조기 분할상환과 부동산 등 담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출을 받더라도 꺾기라는 형식으로 대출금 중 일부는 다시 예금으로 넣어야 되지요. 앞으로 기술신보, 신용보증기금 등과 은행이 연계해 중소기업들의 신용조사와 기업건전성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담보가 아닌 신용으로 대출을 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한편에서는 내년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1조8,000억원의 벤처 프라이머리 발행시장조건부채권(CB0)이 시한폭탄이 될 것으로 걱정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1조8,000억원이 194개사에 지원되었는데 현재 지원기업의 10% 이상이 부도나 화의, 법정관리 중입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인 셈이죠. 내년 5월까지 상환기일이 남아있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가는 큰 화를 입을 것입니다. 사전에 대책을 세우고 관련기관이 이들 기업의 기업인수합병(M&A)을 유도해 시장피해를 줄이고 업체별 신용도와 미래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우량 기업에게는 만기를 연장해 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봅니다.
-창투사들의 벤처투자비중 축소도 중소기업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입니다. 어떤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까.
▲은행대출 축소와 함께 창투사들의 벤처투자 감소도 문제입니다. 벤처투자는 지난 2000년 2조75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6,167억원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정부는 벤처투자펀드에 대한 출자를 지속하고 투자펀드의 운영결과를 공표해 투명성을 높여야 합니다. 또 기술과 사업성에 대한 정확하고 효과적인 평가시스템을 마련해 성장유망한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군요. 김회장께서도 언급하셨지만 중소기업 경영환경 악화를 M&A활성화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M&A활성화가 탈출구가 아닐까요.
▲바로 보셨습니다. M&A 기반조성을 위해 기업간 전략적제휴를 알선ㆍ지원하는 민관합동의 `전략적제휴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벤처캐피털의 일시적 경영지배 목적의 투자(지분50% 이상)를 허용하는 대책도 강구할 수 있습니다. 미국 벤처캐피털의 경우 투자기업중 75% 가량이 M&A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고 있고 이 자금이 다시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로 사용됩니다. 시사하는 바가 크죠.
-중소기업의 판매난과 관련해 중앙회가 추진하고 있는 종합지원센터에 대해 얘기해 주시죠.
▲지난 96년부터 서울시가 무상제공 했던 여의도종합전시장을 사용했지만 올해로 사용기한이 끝납니다. 수도권이 국내 전시컨벤션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체공간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죠. 총공사비 5,000억원 규모의 종합지원센터를 민관합동방식으로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앙정부와 서울시에 지속적인 지원과 협조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부지와 마곡동, 김포공항 주변 등을 대상으로 타당성검토를 하고 있으며 중앙정부에 건축비 일부에 대한 국고지원을 신청했습니다. 계획대로 3년 뒤 종합지원센터가 설립되면 5년간 3조3,000억원의 생산과 3만2,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발자취]교직생활하다 76년 한국전장 설립 경영수완 탁월ㆍ금탑산업훈장 수상
김회장은 교직에 있었던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아 교편을 잡은 적이 있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클래식 음악을 즐겨 학생들 사이에서는 멋을 아는 남자로 통했다. 70년대 중반 온나라가 경제개발로 들썩일 때 그는 창업을 단행, 76년 한국전장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경영자의 길로 들어선 것이었다. 남들은 편하게 교직생활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살 것을 요구하며 극구 말렸지만 그는 젊음과 열정으로 한번 도전하고 싶었다.
탁월한 경영수완으로 88년 회사를 거래소에 상장시켰으며 그해 1,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93년에는 중국 천진에 현지법인을 생산해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했는데 수출기업으로서의 공로가 인정되어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성공한 기업인으로 우뚝선 그는 95년 전자공업조합이사장을 맡으면서 국내 전자산업의 발전방안과 개선내용을 정부에 건의해 정책에 반영토록 하는 뚝심을 보였다. 자신의 경영철학과 기업경영 노하우를 전하기 위해 모교인 한양대 경영대학에서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290만 중소기업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권리시장을 위해 기협중앙회 회장으로 땀을 흘리고 있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수많은 조합을 합리적으로 운영할 정도로 `화합의 명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약력
▲40년 경북 영양 출생
▲경북고,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졸업
▲76년 케드콤 설립
▲92년 서울대 공과대학 AIP 총동문회장
▲95년 전자공업조합 이사장
▲97년 금탑산업훈장 수상
▲2000년 중소기업진흥재단 이사장, 월드컵축구대회 조직위원회 위원
▲2001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한양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2001 21대 기협중앙회 회장
[내가 본 김영수 회장]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
부드럽고 자상해도 깜짝놀랄 추진력, 전자결제 도입등 선견지명의 CEO
벤처기업협회장 자리에 있으면서 김회장과 함께 토론회와 세미나를 할 기회가 많았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김회장을 만날때마다. 중소기업 대부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인생의 선배로서, 한 기업의 CEO로서 김회장은 앞으로 내가 되어야 하는 모범 경영인이요 조직지도가가 아닌가 한다.
김회장은 백발의 머리에서 영국풍신사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일견 부드럽고 자상하지만 정작 일을 밀고 나아가야 할 때는 놀라운 추진력과 열정을 보인다. 외유내강 그자체다. 지난해 여름 물난리가 났을 때 김회장은 중소기업 단체를 모아 신속하게 지원팀을 구성해 몸소 지방으로 돌아다니시며 복구사업에 동참했다.
젊은 사람들도 들기 힘든 생필품을 두손에 들고 비를 맞으며 구호품을 수재민에게 건네주던 모습에서 따뜻한 인간미를 느낀다. 중앙회 직원들에게도 말을 놓거나 명령하지 않고 언제나 상대방을 높여 부드럽게 얘기한다. 김회장은 영국풍신사의 부드러움을 갖춘 남자다.
부드러움의 뒤면에는 추진력이 있다. 중소기업 현안인 고용허가제 문제를 놓고 김회장은 물러서지 않았으며 중소기업의 반대의견을 모으고 이를 정부기관에 알리는데 몸소 뛰었다. 연합회와 조합이사장들도 그의 업무추진력과 중소기업을 생각하는 정열에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산업연수생 폐지와 고용허가제 도입을 강행했던 정부가 양제도를 병행키로 한 것은 김회장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김회장은 단체의 조직지도자이자 선견지명을 갖춘 기업의 CEO이기도 하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는 일찍이 전자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김회장이 회사에 없어도 모든 결제를 집에서 할 수 있고 외부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심지어 중국공장 결제를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가 중소기업의 권익을 위해 외부에서 활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도 체계화된 시스템 구축에 있다. 조직변화의 흐름을 먼저 예견하고 대응한 것이다.
나는 바쁜 일정속에서도 생활의 여유를 잃지 않는 김회장이 부럽다. 김회장 댁에는 방하나가 모두 클래식판으로 뒤덮여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소파에 앉아 음악을 듣는 고전매니아이다.
중소기업은 인력과 자금난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업꾸리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중소업계를 대변하는 김회장이 있기에 잘 풀릴 것이라고 위안을 삼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정리=서정명기자, 사진=김동호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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