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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공많은 배

삼성자동차 처리과정을 보면서 대한민국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새록새록 느낀다. 고위공직자라면 「내 일, 네 일」 할 것없이 주관을 유감없이 밝힌다. 영웅호걸들의 각축장을 연상케 한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5일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난데없이 재정경제부에서 『삼성그룹이 2조8,000억원에 상당하는 부채처리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금융제재를 하겠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 업무영역만으로보면 금융제재를 결정할 곳은 채권단이고, 이를 감독하는 곳은 금감위와 금감원인데 말이다. 이어 그의 입에선 『주도권을 그리도 내놓기 싫은가』라는 말이 희미하게 터져 나왔다. 재경부야 정책입안자로서 그렇다고 치자. 이른바 「정치 한다는 사람」들의 말은 주관으로 치부하기엔 딱하기까지 하다. 최근 정부부처에선 벌어진 해프닝. 김정길(金正吉)정무수석은 경제장관 회의 하루전 『부산경제를 고려해 (삼성차) 공장을 계속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 출신으로 「지역내 입지」를 노린 것일지 모르지만, 부산공장의 재가동 여부를 경제팀이 아닌 정무수석이 왈가왈부할 사항인지는 미심쩍다. 삼성차 처리가 혼미에 빠진뒤에는 뒤질세라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특히 5일 총리주재 회의가 있은뒤에는 재경부·국민회의 할 것없이 온갖 「각도없는 방안」들이 터져나왔다. 비슷한 얘기인 것같지만 행간에는 묘한 「영역지키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금새 눈치챌 정도다. 그 바람에 듣는 사람들은 웬종일 「진실게임」을 하는데 정신을 팔아야 했다. 삼성차 처리를 둘러싸고 「정치논리」 얘기들을 많이 한다. 변칙을 해결키 위해 또다른 변칙이 동원되는 악순환도 계속된다. 온동네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휘젓고 있는 가운데 누구하나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 없다. 기업구조조정의 대원칙은 「경제논리」다. 경제논리는 고위당국자들이 말을 많이 한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다. 「대책없는 대안」은 배를 산으로 가게 만들뿐이다. 정책당국자들이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표표히 중심을 지킬때 삼성차 처리의 해법만들기도 가능하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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