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기대감…北·美 관계개선 '속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1박2일간 방북은 북미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2ㆍ13합의의 신속한 이행과 연내 북핵 시설 불능화 등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조기 실현하고 그동안 갈등의 골이 깊었던 북미 양국관계 정상화 속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국은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에 대해 상호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대체로 만족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22일 평양을 떠나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방북 기간 박의춘 외무상과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나 좋은 토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북측의 정확한 반응은 나오지 않았지만 북측도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우선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을 통해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해결된 만큼 북한이 2ㆍ13합의의 초기조치 이행에 하루 빨리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평양을 떠나면서 “6자회담 과정을 진척시키는 모든 측면의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평양에 도착했을 때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는 올해 봄부터 잃어버린 시간을 메울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2ㆍ13합의 초기조치 이행 프로그램은 북한이 영변 핵 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받아들이면 남한 측이 중유 5만톤을 북한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 초기 조치 이행은 뜻밖의 장애물이었던 BDA 문제로 발목이 잡혀 한치 앞을 나가지 못했다. 이와 관련, 미국 측은 힐 차관보 방북 때 북한에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을 제안했다. 당장 북한이 2ㆍ13합의에 따라 아무 조건 없이 곧바로 IAEA 실무협상단 및 사찰단의 북한 복귀를 허용하고 영변 핵 시설 가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초기 조치 이행이 마무리되면 6자회담 대표 및 외교장관 회담 등을 통해 핵 불능화 및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 구체적인 이행계획 등을 논의하자며 6자회담 재개시기를 다음달 초로 제시했다. 힐 차관보는 이 같은 로드맵에 대해 이미 지난 18일부터 6자회담 당사국인 중국ㆍ한국ㆍ일본을 차례로 순방하면서 당사국들의 동의를 구했다. 미국은 또 북한의 핵 폐기 의지가 확인되고 한반도 비핵화가 구체적인 진전을 보일 경우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방북, 양국관계 정상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북한이 일단 힐 차관보에게 2ㆍ13 초기조치 이행의 확실한 메시지를 준 게 아니냐는 관측들도 나오고 있다. BDA란 장애물이 없어지고 북한이 이미 IAEA 실무협상단을 초청한데다 힐 차관보의 방북이 북한의 초청으로 이뤄진 게 그 이유이다. 양국 관계 정상화에 대한 미국의 의중도 떠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핵 시설 폐기 때 국제사회의 에너지 지원을 비롯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적성국교역금지법 적용 제외, 국제금융거래 보장 등을 요구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