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14일 열린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불참하는 형식을 빌려 연임 도전을 공식화했다. 회추위는 오는 12월22일까지 차기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남은 시간은 40여일. 그러나 차기 회장의 윤곽은 그보다 앞선 12월 초중순께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과 신한금융 안팎 인사들에 따르면 차기 회장 구도는 현재 한 회장이 앞선 가운데 4~5명가량이 경쟁 구도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선출 과정, 속전속결 예상=회추위는 이날 바로 신한금융그룹에 회장 후보들에 대한 인사 자료를 요청했다. 여기엔 한 회장을 포함한 9명의 내부 회장 후보군 외에 외부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인사로 분류되는 9명은 신한금융 경영회의에 참석하는 서진원 신한은행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등 5명과 이재우 전 신한카드 사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 사장, 권점주 전 신한생명 사장, 이휴원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이다.
회추위가 초반부터 외부 인사에 대한 인사 정보까지 요구한 것은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 가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시간이 지체될 경우 외압이 들어올 수 있고 따라서 초반부터 광범위한 후보군 검증을 통해 속전속결로 차기 회장을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회추위 운영이 비공개 원칙이어서 어떤 인사에 대해 정보 요청이 들어왔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다만 이번 회추위는 내ㆍ외부 인사 구분 없이 검증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회장 연임 유력 속 4~5명 경쟁 구도=지난 2011년 '한 회장 카드'는 어떻게 보면 신한 사태라는 비상사태가 만들어낸 의외의 결과물이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간 알력은 사회적 파장을 야기했고 이에 부담을 느낀 회추위는 회색지대에 머물고 있던 한 회장을 무대 위로 불러들였다. 예상치 못한 자리에 취임한 한 회장은 지난 3년간 신한금융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쟁 금융지주사에 비해 실적은 선방했고 신한 사태 이후 흐트러진 조직 기강도 바로잡았다.
이에 따라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한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방 페이스는 한 회장 스스로에게도 부담이다. 한 회장을 '라 전 회장의 인물'로 규정하면서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내ㆍ외부 인사들도 여전하다. 회추위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외부 인사에 대한 인사 자료를 동시에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통한 한 소식통은 "현 상황에서는 한 회장이 앞서는 가운데 계열사 대표를 포함한 내부 인사 2명 정도와 외부 2~3명 정도가 강력한 경쟁자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회추위, 불공정성 시비 어떻게 극복할까=또 하나의 문제는 회장 선임 작업이 다가오면서 부상한 불공정 논란 시비다. 신한금융은 신한 사태 이후 ▦67세 미만 ▦퇴직 2년 내까지를 '내부 인사'로 규정하는 조항 등을 회장 선임의 조건으로 만들었다. 반대파들은 이를 한 회장 연임을 지원하기 위한 일방적 규정이라고 말하면서 불공정성을 제기하고 있다. 누가 되든 이런 논란을 제거해야만 안정적인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신한은행의 계좌 조회 사건에 따른 금융감독원의 검사 등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논란이 한층 격화할 경우 회추위의 행동반경을 제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