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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알 회계 아직 멀다] 4. 분식회계, 안잡나 못잡나
입력1999-12-03 00:00:00
수정
1999.12.03 00:00:00
이는 변호사와 고객간에 소송의 승리라는 공동의 이익이 존재하는 법률서비스와 달리 감사서비스는 회계사과 고객(경영자)간에 적발과 방어라는 상충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회계감사의 이런 속성에 더해 투명한 회계정보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없었다는 점도 「대충대충 감사」가 뿌리내리게 된 요인이다.
양질의 정보나 저질의 정보나 시장의 평가가 같은 상황에서 회계사들이 열심히 감사할 이유가 없었다.
처음에 의욕적으로 감사를 하던 회계사들이 몇년 지나지 않아서 감사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데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감사상품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감사수임료가 너무 싼 것도 「대충대충 감사」를 부추기는 결정적 요인. 회계법인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략 대형시중은행의 1년 감사료가 3억원, 매출 1조원대 대기업이 1억원 안팎이다. 이 액수는 외국에 비해 10%에 불과하다.
은행감사의 경우, 20~30명의 회계사가 1년내내 상주해 중요거래나 장부를 점검하는 선진국과 10명도 안되는 인원이 1년에 며칠씩 3~4번와서 장부를 보고가는 한국의 회계투명성이 같을 순 없다. 감사수수료가 싸다보니 자연히 담당하는 회사수가 많아진다.
일선 회계사들은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10월경 중간감사 4~5일, 연말재고조사 2~3일, 2월께 기말감사 7일등 모두 합쳐야 20일이 안되는 기간을 감사하고 보고서를 내놓는다. 장부처리 실수등은 잡을 수 있지만 기업이 교묘하게 조작한 부분은 적발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같이 열악한 감사환경이 부실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감사인의 책임을 면제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결국 감사인의 책임은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전문가적 능력과 성실성을 발휘했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또한 회계정보의 공익적 성격을 고려해볼 때 최근 회계법인의 이윤추구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다. 분식결산 가능성이 짙고 평판이 좋지 않은 기업의 감사는 아예 수임을 맡지 않든가 수정의견을 통해 자본. 금융시장에 시그널을 보냈어야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99년 2월 청운회계법인의 해산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증권선물위원회의 징계를 받아 국내회계법인중 처음으로 강제 퇴출된 청운의 고객은 한국강관, 한보철강, 대농, 기아자동차, 대우통신등 모두 퇴출의 위기를 맞은 기업들이었다. 이윤만을 좇은 한 회계법인의 쓸쓸한 종말을 보여줬다.
청운회계법인의 퇴출은 두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그동안 중대한 부실감사에 대해 큰 조치없이 넘어가던 회계감독 관행에 일대 변화가 생긴 것이 첫째다. 두번째 의미는 회계감사라는 서비스상품에 대해 품질의 차별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어 터진 대우사태는 회계법인을 위기와 변화의 태풍속에 몰아넣었다.
실사결과 대우계열사들의 순자산이 40조원이나 줄어 회계의 주체인 경영진과 담당 회계법인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라있다. 징계와 소송의 터널이 시작된 것이다. 감사법인의 과실여부와 부정, 손해배상책임등은 외국에서도 논란이 있다. 사례마다 다른 판결이 나오기도 하지만 회계법인의 책임을 점차 확대하는 추세다.
일부에서는 국내회계의 발전을 위해선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는 지적도 있다. 대우사태를 계기로 레몬(저질의 정보)은 버리고 오렌지(양질의 정보)는 키워야한다는 사회적 자각이 싹튼점은 회계투명성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장규기자(美공인회계사)JK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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