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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창남(44ㆍ가명)씨는 얼마 전 밤에 갑자기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망치로 맞은 듯이 아프면서 벌겋게 부어올라 급한 대로 냉찜질을 했으나 통증을 견디지 못해 인근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김씨의 병명은 '급성 통풍성 관절염'. 흔히 말하는 '통풍'으로 진단됐다. 최근 비만인구가 늘고 음주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이 같이 통풍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 통풍환자인 김씨의 치료사례를 통해 통풍의 치료 및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통풍환자 90% 엄지발가락서 통증 느껴=내원 당시 키 165cm에 체중 76㎏로 조금 과체중이었던 김씨는 주 3~4번에 소주 1병씩을 마시던 애주가였다. 매년 실시하는 직장인 건강검진에서도 통풍을 알리는 고요산혈증과 고혈압, 고지혈증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으나 특별히 아픈 곳이 없어 지나쳤다. 약 6개월 전에도 통증이 발생했으나 집에 있던 소염진통제를 3~4일 정도 먹었고 증세가 가라앉자 병원을 찾지 않았다. 응급실로 온 김씨의 요산수치는 11.5㎎/㎗로 정상수치(3~8㎎/㎗)를 크게 웃돌았다. 요산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최종대사산물로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이상이 생겨 혈액 중 높은 농도를 나타내게 되면 여러 조직에 쌓여 통풍을 유발하게 된다. 전재범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의 초기 증상은 대부분 급성관절염의 형태로 나타난다”며 “특히 통풍환자의 90%이상이 엄지발가락에서 통증을 느끼게 되므로 엄지발가락에 극심한 통증이 생기면 일단 통풍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풍이 많이 발생하는 관절은 엄지발가락이며 앞발, 뒷꿈치, 발목, 무릎, 팔목, 손가락, 팔꿈치 순으로 이어진다. ◇소염진통제, 요산억제제 복용으로 치료=통풍 치료를 위해서는 요산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과 소변으로 요산을 많이 배출시키는 약물이 사용된다. 극심한 통증을 멎게 하기 위해 소염진통제가 함께 처방 되기도 한다. 김씨에게도 소염진통제인 '나프록센 500mg'을 1일 2회 복용토록 처방 됐다. 며칠 후 증상이 호전돼 약간씩 걸을 수 있게 되자 과도한 요산 생성을 억제하는 '알로퓨리놀' 성분의 약제가 추가로 처방됐다. ◇의심되면 술 줄이고 식이요법해야= 통풍의 원인으로 요산의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결핍 등 유전적인 요인을 의심할 수 있다. 가족 중에 통풍환자가 있다면 약 30~40%정도의 발생가능성이 있다. 또한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당뇨병이 있는 환자에게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술은 요산의 합성을 증가시키고 소변으로의 배설도 억제해 통풍 발병률을 증가시킨다. 특히 맥주는 요산수치를 현저하게 상승시키므로 통풍 환자들에게는 금기다. 또 요산의 수치를 높이는 음식으로는 멸치, 육즙, 청어, 정어리, 메주 등이 있으며 대구, 고등어, 간류, 연어 등의 생선과 송아지고기, 베이컨 등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김씨에게도 약물 처방외에 우선 음주량을 줄이고 생선을 적게 먹으며 체중조절을 위한 걷기와 수영 등의 운동을 하라는 식생활요법 처방도 함께 내려졌다. [통풍 Q&A] 식생활 서구화로 40대 이후 남성에 빈발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전재범 교수로부터 통풍의 원인, 경향, 주의할 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요산수치가 높은 사람은 모두 통풍환자인가. “요산수치가 높다고 곧 통풍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런 증상 없이 요산만 높은 경우를 ‘무증상고뇨산혈증’이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요산이 높아진 이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비만이 있거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있는 지를 확인하고 이와 같은 질병이나 생활요소 등을 교정해야 한다.” -요산은 왜 생기나. “우리의 몸은 수많은 세포로 구성돼 있다. 세포의 핵에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핵산이 존재하고, 핵산은 퓨린체와 피리미딘체로 구성돼 있다. 세포는 수명이 다하면 파괴되는데 이때 핵 안에 있는 퓨린체가 분해돼 생기는 최종 산물이 바로 요산이다. 혈중의 요산은 크게 두 가지 공급경로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하나는 섭취한 음식물에 포함돼 있는 퓨린체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체에서 파괴된 세포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정상 성인 남성의 혈중 요산은 7-8㎎/㎗, 여자는 6㎎/㎗이하로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낮다.” -남녀 발병률에 차이가 있나. “통풍은 주로 40대 이후의 남자에게 발생하며 여성은 전체 통풍 환자의 1%정도로 발병률이 낮다. 그러나 최근에는 식생활이 점차 서구화되면서 통풍의 발병 연령이 과거보다 낮아져서 20~30대에도 발병하기도 한다.” -치료를 하지않고 방치하게 되면. “통풍을 방치하게 되면 요산의 결정체가 덩어리를 이뤄 피하조직에 붙어 딱딱한 혹처럼 변한다. 이런 조직은 귓바퀴를 비롯해 신체 어느 부위에도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심장의 판막에도 통풍의 결절이 발견된 경우도 있다. 이렇게 요산 결절이 전신으로 퍼지게 되면 만성적인 관절염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관절염외에 또 다른 통풍증상으론 무엇이 있나 “신장에 요산의 결정체가 침착돼 급성 또는 만성적인 신장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통풍으로 인해 혈액투석을 해야 할 정도로 심한 신장 기능의 장애 발생은 흔치 않다.” -통풍환자들이 식생활시 주의점은. “퓨린이 거의 없는 무(無)퓨린 식사를 할 경우 혈중 요산수치를 1㎎/㎗ 정도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무퓨린 식사는 맛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오래 지속하기가 어렵다. 다만 약물 치료를 계속해도 혈중 요산이 잘 내려 가지 않고 자꾸 관절염이 재발하는 사람이나, 과식을 했다하면 곧바로 관절염이 재발하는 사람, 또는 급성 증상이 있는 사람은 퓨린이 아주 많은 식품은 먹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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