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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지휘관 지단, 쓸쓸히 퇴장하나

`아트 사커 지휘관', `중원 사령관' 등으로 불리며 1990년대 중반부터 세계 축구계를 풍미했던 지네딘 지단(34.레알 마드리드)이 독일월드컵에서 쓸쓸한 퇴장을 예고하고 있다. 지단의 프랑스 축구대표팀은 19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한국과 독일월드컵 G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1-1로 비기면서 16강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프랑스는 아직 토고와 조별리그 3차전을 남겨 놓은 상황이지만 토고전에서 자칫삐끗하기라도 하면 탈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 게다가 지단은 지난 14일 스위스와 1차전에서 경고 1개를 받은 데 이어 이날경기에서 옐로카드를 한 장 더 받아 토고와 3차전에서는 뛸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프랑스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면 지단은 이날 한국전에서 이미 독일월드컵 마지막 경기를 치른 셈이 됐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 은퇴를 공식 선언했던 지단으로선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마지막 A매치를 치르게 된 것이다. 또 2002년 한.일 월드컵 직전 한국과 평가전에서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조별리그 3경기 중 2경기를 벤치에 앉아 팀의 몰락을 지켜봐야 했던 그는 다시 한번 4년전 아픔을 곱씹게 됐다. 1972년 알제리계 이주민의 아들로 프랑스 마르세유 빈민가에서 태어난 지단은아트사커의 설계자로 불리며 세계 축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98년, 2000년, 2003년 세 차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로 뽑혔고 2001년 유벤투스(이탈리아)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옮길 때 6천360만달러의 이적료를 받아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축구 스타가 됐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결승에서 두 골을 뽑아 브라질에 3-0 완승을 주도하며 프랑스에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안겼고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00)에서도 우승하며 프랑스를 세계 최강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한.일 월드컵에서 참담한 실패 이후 4년을 더 기다려 `마지막 무대'인독일월드컵에 나온 지단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체력에 한계를 드러내며 그야말로 `노쇠'한 모습을 보였다. 화려했던 볼 배급은 날카로움이 무뎌졌고 개인기와 스피드도 예전같지 않아 볼을 빼앗기거나 상대 수비수에게 속절없이 밀려나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게다가 간판 골잡이인 티에리 앙리(아스날)와 이상하리만큼 호흡이 맞지 않은점도 문제였다. 지단과 앙리는 54차례의 A매치에 함께 나섰지만 지단의 패스로 앙리가 골을 넣었던 적이 한 번도 없을 만큼 둘의 관계는 상극 궁합의 전형이었다. 이는 이날 한국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지단은 1-1 동점이던 후반 40분 아크정면에서 앙리에게 기가 막힌 스루패스를 찔러줬지만 앙리가 골키퍼와 1대1 기회에서 때린 슈팅이 한국 수문장 이운재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에서 세계 축구팬들에게 화려한 작별을 고하려 했던지단이지만 일단 남은 경기에서는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 팀의 16강진출만을 기원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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