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64의 팻감에는 65로 버틴다. 백은 70까지 움직였지만 살 수는 없는 말이다. 여기서 71로 넘어 박영훈은 최대한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 흑75로 좌상귀의 패를 해소하는 수는 없을까. 그러면 백은 참고도의 백1 이하 9로 살게 되고 흑이 선수를 얻게 되니까 좌변을 어떤 식으로든 보강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박영훈은 고개를 흔들었다. 좌상귀를 살릴 생각을 하면 무조건 이 바둑은 지게 되어 있다는 것. 무조건 그쪽을 버리고 두어야 하는 것이 이 바둑의 운명이라는 것이었다. 이거야말로 ‘사즉생생즉사(死卽生生卽死)’의 묘한 가르침인데 16세의 박영훈이 그 철리를 이미 터득하고 있었다. (63…60의 아래. 76…60)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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