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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대전] `우선 돕고본다' 고객감동 최우선
입력1999-05-19 00:00:00
수정
1999.05.19 00:00:00
한상복 기자
경남 거창에서 광고업을 하는 전병호씨는 지난 3월 희한한 경험을 했다.함양에서 일을 마치고 저녁무렵 88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사고가 난 것을 본 전씨는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차를 세우고 다가갔다.
그러나 자신보다 먼저 달려오는 사내들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사내들은 정장 차림에 교통순경처럼 X자 야광 어깨띠를 하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뭘까』
사내 한명은 사고차량 뒷쪽으로 달려가 차량통제를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은 핸드폰으로 견인차를 부르는 등 일사불란한 모습이었다.
어깨띠에는 「동부화재」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아! 사고차가 동부화재 가입차량이구나.』 마침 운전자는 크게 다치지 않았고, 사내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대화를 들은 전씨는 깜짝 놀랐다. 운전자가 『나는 다른 보험에 가입했는데 왜 동부화재가 왔느냐』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우리 구역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일단 돕고봐야지요.』 이 곳을 지나던 동부화재의 거창영업소 직원들이었다.
서울 대방동의 현대자동차 남부사업소에는 매달 셋째주 목요일이면 50여명의 「아줌마 부대」가 몰려든다. 현대해상화재가 열고 있는 「여성운전자 정비교실」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자동차 관리요령부터 고장진단, 응급조치에 이르기까지 오너 드라이버가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과목들이 무료강습으로 진행된다. 특이한 것은 교육에 참석하는 주부 가운데 현대해상의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우리 고객이 아니어도 좋다. 서비스에는 차별이 없다.」
손해보험사들이 최근 채택한 21세기 전략이다.
자기 회사의 고객이 아니더라도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봉사정신 뒤에는 치밀한 계산도 깔려있는 것이 사실. 경쟁사 고객에게도 무차별 서비스 공세를 퍼부어 감동시킨 뒤 다음 계약에서는 빼앗아오겠다는 장기 포석이 놓여져 있다.
대부분의 손보사들은 이동보상 서비스팀을 가동하고 있는데, 외딴 곳에서 차량 고장으로 고생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설령 경쟁사 사장이라도 일단 돕고 본다」는게 이들의 철칙.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일부 보험사는 경찰서와 병원에 직원들을 수시로 돌게 하며 상담을 벌이고 있다.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한 「가해자」가 겪는 마음의 고통을 나누며 말벗이 되어주고 사고처리 상담을 해준다. 자기 회사 보험 가입자든, 경쟁사 고객이든 상관이 없다.
책임보험만 가입했다가 경미한 사고를 낸 최모씨는 병원에서 만난 보험사 직원에게 감사의 편지를 썼다.
병원 진단에서는 별다른 외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피해자 가족들이 따지고 드는 바람에 특실에 입원시키고 수십만원짜리 정밀진단까지 시켜주는 등 덜미를 잡혔던 신세.
『경찰이나 병원에서 가해자라고 무조건 불친절하게 대하고, 덮어씌우고, 죄인 취급을 하고, 피해자 가족들은 큰 건을 잡은 것처럼 행세하는 우리 현실이 너무도 슬펐습니다. 이런 와중에 귀 보험사는 캄캄한 밤을 밝혀주는 등불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손보사들의 「무차별 서비스 전략」에 따라 「고객 나눠먹기식 시장 분할」은 이제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부동고객이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누가 더욱 적극적인 서비스에 나서느냐가 21세기 업계 판도변화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상복 기자 SBH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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