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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현대캐피탈·MBK 갈등 전말

경영철학 놓고 사사건건 대립…최근엔 배당 놓고 불신 깊어져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HK저축은행 본사 사옥 전경. /서울경제DB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17일자로 HK저축은행을 둘러싸고 대주주인 현대캐피탈과 MBK파트너스의 갈등을 보도한 후 양측의 갈등이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두 회사는 단순 대주주가 아니라 한 곳은 국내 초대형 기업의 금융 계열사라는 점, 또 한 곳은 가장 큰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양측의 충돌은 시장 전반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는 HK저축은행의 대주주 충돌 문제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조만간 공동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표면에 드러난 것만 보면 현대캐피탈이 MBK파트너스와의 '경영 철학'을 문제 삼으며 파견 임원을 복귀 조치 데 이어 HK저축은행 대표가 사임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 전부다.

현대캐피탈과 MBK파트너스의 서로 다른 수익성ㆍ건전성 기준이 갈등의 진원이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넘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경영 방식 자체에 대해 서로 간의 불신이 깊게 깔렸음을 알 수 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특히 '배당'과 관련해 많은 의문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HK저축은행이 타 저축은행을 향해 주식을 담보로 30억원 대출을 요청한 사실과 대출채권 매각을 통한 배당 여부 등 의심스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경영 철학 문제?=현대캐피탈은 올 8월 HK저축은행에 파견 나간 최고재무책임자(CFO)ㆍ리스크관리책임자(CRO)를 각각 복귀 조치시켰다. 재무를 담당하는 임원과 리스크를 책임지는 임원을 동시에 철수시켰다는 것은 사실상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었다.

현대캐피탈 측은 "우리가 생각하는 건전성 기준이 그들과 달라 철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두 임원의 복귀 조치 뒤에는 현대캐피탈이 수익성ㆍ건전성 문제에 대해 MBK파트너스와 사사건건 문제가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결국 김종학 HK저축은행 대표가 이달 16일 사임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MBK파트너스가 '수익성'에 과도하게 치우치다가 이 같은 사태를 불러일으켰다고 보고 있다. 현대캐피탈 역시 수익성을 중시해서 배당을 받아야 하겠지만 카드ㆍ보험회사 등 금융계열사들이 있는 마당에 검사기관인 금융당국의 눈치 때문에라도 건전성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저축은행 임원은 "수익성을 중요시하는 MBK파트너스와 건전성 관리를 챙기는 현대캐피탈이 부딪힌 것"이라면서 "지난해 말부터 이 부분에 대해 마찰이 있어왔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금감원과 예보가 공동검사를 진행해 HK저축은행의 대주주 충돌 문제에 대해 정밀 검증을 할 예정이어서 해묵은 갈등 구도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전망된다.

◇석연치 않은 '30억원 주식담보대출' 요청=문제는 양측의 충돌을 경영 철학에 차이가 있다는 것만으로 해석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는다는 점이다. HK저축은행이 A저축은행 대표에게 자사 주식을 담보로 30억원의 대출을 요청한 부분이다. 저축은행의 한 대표는 "김 전 대표가 지난해 말 분할상환으로 돌려주겠다며 자사 주식을 담보로 30억원을 빌려달라는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대표는 "배당과는 관계가 없으며 자세한 것은 MBK파트너스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HK저축은행이 자사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았다면 그 연유를 알아봐야 할 것이지만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HK저축은행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은 크게 이상한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왜 HK저축은행을 통해서 빌렸느냐와 빌린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HK저축은행 측은 "주식담보대출 요청은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펀드의 기본 속성"이라면서 "다른 회사에 투자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채권 매각 이익으로 순이익 내고 배당까지?=HK저축은행은 올 6월 친애저축은행에 소비자대출채권 1,736억원을 매각했다. HK저축은행 측은 "지역 여신 한도가 있어서 이를 맞추기 위해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수자인 친애저축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업계에서도 매각 특별 이익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K저축은행은 프리미엄 명목으로 1,736억원의 10%를 더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HK저축은행은 결과적으로 채권 매각 덕분에 순손실에서 벗어나게 됐다. HK저축은행은 2012년 회계연도(2012년 7월~2013년 6월) 순이익 90억원을 냈다.

채권 매각 이익(173억원 상당)이 없었다면 마이너스 손실이 났을 것이고 80억원 상당의 배당도 물 건너갔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순이익이 417억원 났음에도 배당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무리하게 배당한 부분도 석연치 않다. 저축은행의 한 대표는 "대출채권 매각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배당을 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해 배당을 하지 않았는데 주주들이 엄청나게 항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는 배당 문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와 현대캐피탈의 충돌이 있었다는 말도 돌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올 4월 김병주(MBK파트너스 회장) 이사와 현대캐피탈 파견 사외이사가 사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구영우 HK저축은행 부행장은 "내년과 내후년에 쌓아도 될 충당금을 미리 쌓았다"면서 "안 쌓았으면 순이익이 더 많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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