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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적 시각과 통합적 시각/한명희 국립국악원장(로터리)

세상일이 지나치게 분화되고 특화되다 보니 사물의 올바른 정체를 놓칠 때가 많다. 전통예술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전래의 놀이문화는 대개 종합예술적인 성격을 띠며 이어져왔다. 그런데 근래에는 이들이 무용으로, 연극으로, 음악으로 각기 특정 예술장르로 분화되고 해체되어 본래의 정체성이 상실됐다.당연히 그들 종합예술적인 형태 속에서 꿈틀대고 발산되던 정서적 에너지나 싱그러운 생동감도 상실되고 말았다. 하나의 문화생명체가 모래알처럼 무기물화하고 삭막하게 박제화한 셈이다. 대상을 통합적으로 보지 않는데서 오는 오류는 이뿐이 아니다. 국악에는 느린 곡이 많다. 그래서 젊은 세대가 기피하기도 한다. 그런데 느린 이유를 음악 자체에서만 찾지 말고 우리 문화의 총체적 모습과 연결해서 설명하면 외국인들은 여간 재미있어 하지 않는다. 가령 이런 식이다. 음악은 시간적 예술이다. 시간의 빠르고 느림의 판단에는 기준이 있게 마련인데 서양은 그 기준을 심장의 박동에 두지만 한국은 호흡의 주기에 둔다. 저들은 사람이 죽어도 청진기로 심장의 박동 여부를 체크하는 등 심장 중심적 잠재의식을 가졌지만, 우리는 유명을 달리하는 것을 숨넘어갔다고 한다던가, 혹은 단전호흡처럼 건강이나 정신수양을 위해서는 호흡을 조절하는 호흡 중심적 의식구조를 가진 민족이다. 자연히 서구의 음악이 발랄하고 진취적이며 역동적이라고 하면 한국의 그것은 차분하고 유장하며 명상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또한 서양음악은 음정과 박자를 송곳으로 찍어내듯 정확하게 발성하며 흘러간다. 한국은 오히려 가얏고의 농현이나 시조창의 요성처럼 음을 적절히 떨어서 본음의 정체를 흐리며 드러내지 않는다. 사물의 정체를 백일하에 드러내는 서양적 관념과 주체를 한발 뒤로 은은히 감추려는 한국적 관념의 차이에서 오는 현상이다. 옷을 봐도 서양은 블루진처럼 육체의 선을 드러내지만 한국은 고유한 한복에서처럼 겹겹이 핵심을 감싼다. 언어에서도 서양은 주어가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길을 물을 때도 「어디쯤」으로 답변하고 산수화에서도 안개가 자욱한 채 윤곽선이 희미하다. 이처럼 각기 특정 장르의 예술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세분화한 시각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통합적인 문화안목에서 살피는 일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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